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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3300억 들여 ‘미국판 의료 마이스터고’ 짓는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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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시장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

의료인력 급감에 특성화고 10곳 지원

조선일보

마이클 블룸버그(왼쪽)가 뉴욕 시장으로 재임하던 마지막 해인 2013년 뉴욕의 한 공립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실용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그는 2억5000만달러를 기부해 보건·의료 인재를 조기 양성하는 공립고교 10곳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뉴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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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장을 지낸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82) 블룸버그통신 창립자가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공립 고등학교 10곳을 짓기로 하고 이를 위해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의료 인력이 급감하자, 고교 졸업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인력을 키워내는 고교를 세우겠다고 했다. 한국의 마이스터고 격인 기술 인재 육성 전문 고교 설립은 미국 공교육에서는 전례 없는 시도라 주목받고 있다. 총재산이 940억5000만달러(약 125조5000억원)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순위 7위에 올랐다.

블룸버그의 자선 재단 ‘블룸버그 필란트로피스’은 최근 내슈빌·뉴욕·댈러스·보스턴·샬럿·필라델피아·휴스턴 등 동남부 10개 지역에 보건·의료 인재 양성 고교 10곳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댈러스·보스턴 등 4곳의 학교는 연내 개교하고, 나머지 여섯 곳은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10교 학생 6000명의 의료 실습을 위한 최신 기자재 구입 비용을 포함한 학교 설립·초기 운영 비용은 블룸버그의 기부금 2억5000만달러로 충당한다. 모든 학교는 지역 병원과 연계된 산학 협력 체제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지역 병원 등에서 인턴십 경험을 쌓고, 인턴십 경험을 향후 대학 진학 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보건·의료 전문 고교 계획을 추진한 이유로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 학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도록 해주는 데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이 너무 오랫동안 실패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에 200만개의 보건·의료 일자리가 있고, 2031년까지 200만개가 더 창출될 것이라는 연방 정부 통계를 제시하면서, “미국은 더 많은 보건·의료 인력과 더 튼튼하고 두꺼운 중산층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보건·의료 인력들이 격무를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고, 병원과 학교가 연계된 산학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한다. 블룸버그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자 교육계와 의료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내년 뉴욕 퀸스에 문을 열 예정인 ‘노스웰 보건과학학교’ 학생들의 실습을 담당할 이 일대 의료 기업 노스웰의 마이클 다울링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지으려는 것은 단순한 학교를 넘어선, 공공 보건 향상을 위한 이상적 협업 체계”라며 “학생 수천 명에게 더 나은 내일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학생들의 향후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실용 교육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2014년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모임에서는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다면,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관공이 되면 명문 하버드대 연간 학비에 맞먹는 5만~6만달러를 연봉으로 챙길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른바 ‘배관공 발언’으로 알려진 이 발언은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 존스홉킨스대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각각 졸업한 그의 ‘금수저’ 이력과 대비된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 1981년 설립한 블룸버그를 세계 최대의 경제 통신사로 키워내며 부와 명성, 영향력을 쌓은 그는 보수·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9·11 테러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2002년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뒤 2013년까지 12년간 재임했다. 2007년 탈당해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2018년 민주당에 입당했고, 2020년 대선 때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맞붙겠다며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당시 민주당 유력 주자였던 조 바이든 후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경선 초반부터 열세가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경선을 포기했다. 블룸버그는 총기 규제와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관련 단체들을 지원해 왔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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