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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259일 만에 동굴 밖으로 나온 박종훈 "난 끝났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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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체중 14㎏ 줄기도

kt전서 퀄리티스타트-시즌 첫 승 "김광현 형 조언이 큰 도움"

연합뉴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는 박종훈
(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 박종훈이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t wiz와 방문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4.4.13. cycle@yna.co.kr


(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SSG 랜더스 박종훈(32)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거론될 정도로 리그 간판 투수로 맹활약했으나 2021년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뒤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이며 기나긴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그는 복귀 시즌인 2022년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부진했고, 지난 시즌에도 2승 6패 평균자책점 6.19에 그쳤다.

박종훈은 문제점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많은 야구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다.

어떤 이는 투구폼, 어떤 이는 체중 문제, 또 어떤 이는 멘털 문제를 꼬집었다.

박종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바꿨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무려 14㎏의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은 독이 됐다.

박종훈은 수많은 조언을 신경 쓰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감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선 35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박종훈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무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박종훈은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 방문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언젠가부터 야구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기 시작했다"며 "(경기장 앞에서 기다리는) 팬들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올 시즌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첫 선발 등판 경기였던 지난 달 2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주는 등 극심한 제구 문제를 노출하며 조기 강판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7일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7피안타(3홈런) 2볼넷 1사구 6탈삼진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박종훈은 무거운 마음으로 kt전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 팀 선배 김광현 형이 다가왔다"며 "난 볼넷 내주는 것에 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김광현 형은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 해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SSG 랜더스 박종훈
[SSG 랜더스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생각을 고쳐먹으니 복잡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그는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자들을 상대했다. 1회 멜 로하스 주니어, 문상철에게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두 타자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엔 볼넷 2개를 내주며 2사 1, 2루 위기에 놓였으나 김상수에게 초구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제구가 흔들린 3회엔 연속 홈런을 얻어맞았으나 정면 승부를 멈추지 않았다. 장성우와 황재균을 공 4개로 맞혀 잡았다.

박종훈이 두 선수에게 던진 초구는 모두 스트라이크였다.

박종훈은 "경기 초반 타선이 터지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며 "타자와의 승부가 아닌 나 자신과의 승부였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박종훈은 4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뒤 5회 무사 1루에서 로하스를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11-3으로 앞선 6회에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는 "다시는 6회에 공을 던지지 못할 것 같았다. 묘한 감정이 들더라"라고 돌아봤다.

박종훈은 6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7회에 최민준에게 공을 넘겼다.

이날 성적은 6이닝 5피안타(2홈런) 2볼넷 1사구 5탈삼진 3실점.

팀이 11-8로 승리하면서 박종훈은 승리 투수가 됐다.

박종훈이 승리를 거둔 건 지난해 7월 29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259일 만이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 역시 259일 만이다.

경기 후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난 박종훈은 "그동안 '난 끝났다'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라며 "그래도 마지막엔 부끄러운 선수,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좋지 않은 성적에도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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