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화환 까는 분들 버려라"…국회 담벼락 덮은 '한동훈 팬덤'의 덫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17일 오전 국회 헌정회관 앞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정치인 한동훈”

4·10 총선 이후 첫 월요일인 지난 1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마주 보고 있는 국회 헌정회관 담벼락에 놓인 화환에 적힌 글귀다. 15일부터 17일까지 국회 앞에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 수십 개가 도열해 있었다. “사심 없는 참 정치인”, “한동훈 위원장님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한동훈 올 때까지 숨 참는다”는 등 문구도 다양했다. 국회 경비대 관계자는 “치워도 치워도 계속 화환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관할경찰서에 신고가 되지 않은 집회의 경우 화환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화환 행렬’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 등 강성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에게서도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재직 시절 보수 단체로부터 응원 화환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사사건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던 시기다. 2020년 10월 당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반발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대통령 응원 화환 300여개를 세웠다. 이에 추 장관 지지자들도 법무부로 화환과 꽃바구니를 보내 맞불을 놨다. 추 장관은 본인 SNS 계정에 꽃바구니 사진을 공개하고 “법무부의 절대 지지 않는 꽃길을 아시나요”라고 썼다.

중앙일보

2020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인도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내용의 화환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당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응원하는 간판과 화환이 놓여 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도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본인의 강성 팬덤으로부터 화환을 받았다. 개딸은 2022년 20대 대선 패배 이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나가 당선된 이 대표의 국회 첫 출근길을 챙겼다. 이들은 2022년 6월 7일 국회 앞에 “여의도에서 무럭무럭 자라거라”, “이재명 건드리면 출동한다” 등 문구가 적힌 화환을 도열시켰다. 지난해 8월 31일 이 대표의 대표 취임 1주년 행사 때에도 화환 행렬은 이어졌다. “정치인 이재명을 지지합니다”, “대표님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이 국회 앞에 깔렸다. 당시 이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정치권은 특정인을 향한 화환에 다소 부정적이다. 화환 행렬이 주로 상대 진영과의 갈등 국면 속 강성 팬덤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과잉 대표될 수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18일 CBS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 정치적 행보를 하려면 화환 까는 분들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다 150m 화환을 까는 게 정상적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그걸 못하면 내가 지금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팬덤으로부터의 화환은 양날의 검”이라며 “같은 진영 내 본인 입지를 확인하기에는 용이하지만 중도층 또는 상대 진영으로부터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덤은 결코 다수가 아니다”라며 “지지층 목소리에만 매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