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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KTX 안전을 위해 상하분리의 덫 걷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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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수 전 철도노조 위원장]
2024년에는 KTX가 스무살이 된다. KTX 개통 20주년은 한국 철도 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한국 철도가 처한 현실을 돌이켜보면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철도는 기술적, 정책적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지만, 그 이면엔 '민영화'의 그림자가 언제나 함께 따라 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KTX 노선을 떼서 민영화하겠다는 구상을 떠올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SRT를 새로 설립해 '같은 노선 위를 달리는 두 열차 운영 회사'라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민영화의 우회적 물꼬를 텄다.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데 이어 관제를 분리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진행됐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기후 위기 시대 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전국의 철도 노선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KTX 20주년, 감격스런 축하도 의미 있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현실도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20주년을 맞아 [철도 유감]을 기획해 글을 싣는 이유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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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유감]①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철도 유감]② 역대급 삽질 '철도 지하화'에 80조? 그 돈이면 전국 철도망 하나 더 깐다

고속철도 이용자라면 요금 이전에 우선 안전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고속열차가 탈선하거나 충돌한다면 중대인명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속철도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넘어 완벽하게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한국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아 그 경제적, 사회적 효과만이 아니라 안전에 빈틈이 없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 20년 동안 다행히 대형인명사고는 없었다. 촉박했던 개통 준비 일정, 철도산업구조개혁 과정에서의 개통과 운영, 일반철도와의 통합운영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 안전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해온 철도노동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고속철도 안전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고속열차가 탈선하고 충돌하여 중대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가 몇차례 있었다. 2011년 광명역 KTX 탈선, 2013년 대구역 KTX와 무궁화호 충돌, 2018년 강릉선 KTX 탈선, 2022년 영동터널 KTX 탈선과 대전조차장역 SRT 탈선이 그것이다. 차량 바퀴가 떨어져 나간 영동터널 KTX 탈선 사고를 제외하면 모두 선로 또는 선로전환기 이상이나 신호관제가 원인이었고 철도 상하분리(시설과 운영의 분리) 및 외주화나 고속철도(KTX-SRT) 분리같은 철도산업의 분할이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강릉선 KTX 탈선사고의 경우 강릉선 건설을 담당했던 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이 선로전환기 표시 케이블을 반대로 결선한 부실시공을 감리과정에서 바로 잡지 못해 발생했는데, 이는 철도를 건설하는 철도공단과 철도를 운영하는 철도공사가 분리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철도는 선로, 전차선, 신호통신과 같은 시설 부문과 관제, 차량, 운전, 역과 같은 운영 부문이 긴밀히 결합된 네트워크 산업이다. 특히 안전하게 고속운행을 해야 하는 고속철도는 전용선을 건설하고, 선로 건설부터 차량이나 신호시스템이 한 세트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속철도 강국인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은 하나같이 상하통합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하분리와 함께 철도분할민영화의 원조였던 영국 정부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2월 철도의 재국유화와 상하통합을 통해 국영철도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철도개혁법안을 제출하게 된 것은 한 시대의 잘못된 철도산업구조개혁 흐름을 종결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일찌기 유럽 최대의 전략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는 2002년~2011년간의 데이터 비교를 통해 상하통합된 철도가 철도투자나 노동생산성이 훨씬 높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로 차량정비와 열차운행 노하우를 보유한 운영부문과 선로의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시설부문의 시너지 효과로 최적의 차량제작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운영을 감안한 설계, 시공 계획 수립으로 철도서비스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국제철도연맹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철도통합구조는 철도분리구조보다 3배 이상 많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토교통부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상하분리의 확대를 위해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상하분리 확대를 위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의 유지보수의 철도공사 위탁 조항을 삭제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SRT 차량정비도 민영화시켰으니 유지보수도 외주화를 확대하여 철도를 민간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데는 진심인 듯하다. 철도안전의 위협이나 철도산업의 국가경쟁력 확보에는 큰 관심이 없거나 파산한 철도분할민영화의 미망에 아직까지 빠져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아 한국철도도 상하분리 정책을 전면재검토해야 한다.

먼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속철도 안전의 빈틈을 보여준 탈선 및 충돌 사고의 재발을 막고 고속철도의 완벽한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상하통합이 필요하다. 또한,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 강릉선, 중앙선, 서해선 등 고속철도와 일반열차의 통합운영 노선이 확대되면서 철도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시설과 운영간, 고속철도와 일반철도간 유기적 결합을 강화하는 상하통합과 수평통합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 대안교통수단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철도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비행기 대안으로 고속철도산업도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고속철도의 안전이 철도산업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하였고, 고속철도 선로, 차량, 신호의 제작능력을 갖춘 고속철도 선도국가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아 한국고속철도의 안전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 파산한 철도분할민영화의 미망이 아니라면 백해무익한 상하분리의 덫을 걷어내야 한다. 이번 총선을 거쳐 구성되는 22대 국회에서는 철도상하분리 확대의 재시도가 아니라 철도상하통합 입법으로 한국철도의 안전을 강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열어야 한다.

프레시안

▲2018년 12월 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운산동 KTX 열차 탈선 사고현장에서 코레일이 투입한 중장비가 탈선한 객차를 선로 위로 끌어올리는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상수 전 철도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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