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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난 일론 머스크, 사랑해”… 가짜 영상통화에 7000만원 뜯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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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론 머스크 사칭 계정에 걸려온 영상 통화./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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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사칭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속아 7000만원을 뜯긴 한국인 피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22일 KBS ‘추적 60분’에 따르면, 평소 머스크의 팬이었던 A씨는 작년 이 같은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작년 7월 17일 머스크와 소셜미디어로 친구를 맺게 됐다. 스스로를 일론 머스크라고 소개한 계정이 A씨를 친구 추가했고, A씨도 이를 수락한 것이었다. A씨는 당초 사칭 계정이라고 의심했으나, 평소 동경했던 기업가 머스크의 이름을 보는 순간 흥분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의심을 갖고 이 계정과 대화를 시작했다. 해당 계정은 A씨에게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보내 “제 계정에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준 걸 보고 메시지를 보낸다. 감사하다. 세상을 위해 멋진 일을 하겠다”며 “어디에 사느냐”고 물어왔다. 또한 이 계정은 A씨에게 출근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신분증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자기가 어제 말레이시아 갔다 왔다고 하길래 신문 기사 보니까 말레이시아 간 게 있더라”라며 “본인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작위로 팬들하고 가끔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식힌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해당 계정은 또한 “자식들이 주말마다 스페이스X에 놀러온다” “개인 헬기를 타고 테슬라 공장이 있는 텍사스와 스페이스X가 있는 플로리다까지 다닌다” 같은 얘기를 하며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A씨가 작년 4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접견은 어땠느냐고 묻자, 이 계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도와 서울에 기가팩토리 얘기했다”며 한국에 스페이스X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반신반의했던 A씨도 그럴듯한 답변에 대화를 이어갈수록 ‘진짜 일론 머스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해당 계정을 머스크라고 믿게 됐던 결정적 계기는 영상통화였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영상 통화 속 머스크를 닮은 남성은 “안녕! 난 당신을 사랑해, 알지?”라고 말한다. 이에 A씨가 “아 그럼요, 저도 사랑해요. 친구로서. 정말 친절하군요”라고 영어로 답하자, 상대방은 “고맙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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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사칭 계정이 피해자에게 보낸 화성 시민증과 출근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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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계정은 본색을 드러냈다. 머스크 사진이 담긴 ‘화성 시민증’과 여권 사진 등을 보내 안심시키더니, “팬들이 나로 인해서 부자가 되는 게 행복하다”며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이었다.

사칭 계정은 “한국인 직원의 계좌번호”라며 국내 인터넷은행의 계좌번호를 알려줬다고 한다. 이 말에 속아 A씨는 작년 8월 코인과 현금 등 총700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입금했다. 사칭 계정이 알려준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는 3000만원을 보냈다고 한다.

A씨는 “돈을 보내라고 할 때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진짜 일론 머스크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계속 당한 것 같다. 정말 진짜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제작진은 머스크 사칭 계정과 통화를 시도했다. 해당 계정은 전화를 받았으나 “미국은 너무 이른 아침”이라며 문자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후 나눈 문자에서 해당 계정은 또다시 투자를 유도하며 국내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또한 “일론머스크 맞다. 이 녹음 파일을 듣고 안심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음성 파일을 보냈다. 그러나 전문가 분석 결과 음성 파일 속 목소리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칭 계정이 알려준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도 가짜 피싱 사이트로 파악됐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사고 돈을 뜯는 ‘로맨스스캠’ 피해는 점점 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원 111센터에 접수된 로맨스스캠 피해 신고 건수는 126건으로 역대 가장 많은 신고건수를 기록했다. 2019년 38건에 비해 5년새 4배 가까이 늘었다.

로맨스스캠 피해액은 2019년 8억3000만원, 2020년 3억7000만원, 2021년 31억3000만원, 2022년 39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작년 피해액은 55억1200만원에 달하면 5년 전 보다 약 7배 증가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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