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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국가 서열 2위를 이런 식으로 뽑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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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추미애(왼쪽)·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나란히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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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171명이 16일 당선자 총회를 열어 추미애, 우원식 당선자 중 1명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한다. 대통령 다음의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최종 결정되지만, 다수당 의원 총회에서 다선 중진들의 경쟁을 통해 사전에 의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2년 여야는 입법부 수장의 정치적 중립의 상징적 의미로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을 합의 처리했다. 지난 22년 동안 국회의장들은 당적을 버리고 자신의 친정인 당심(黨心)보다는 민심(民心)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22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겠다고 나선 국회의장 후보들은 당심도 모자라 “이재명 대표가 나를 지지한다”며 명심(明心)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번도 없던 해괴한 일이다. 친명 경쟁을 하던 추미애 당선자와 조정식 의원이 갑자기 단일화를 하더니 친명 좌장이라는 정성호 의원도 후보 사퇴를 했다. 그래도 우원식 의원이 완주 의사를 보이자, 추 당선자는 “순리대로 갔으면 좋겠다.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이 대표가 말씀을 줬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들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원식 의원이 “이 대표가 나한테만 이야기한 게 있다. ‘형님이 딱 적격이다.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추미애, 조정식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내가 제일 세니까 둘이 힘을 합친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 최고 어른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발언 수준을 학생들이 알게 될까 봐 겁난다.

6선, 5선들의 국회의장 경쟁이 볼썽사납게 흐르자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조정식, 정성호 의원의 사퇴를 언급하며 “당대표와 가까운 분들의 권유를 받아 중단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박수현 당선인도 “국회의장까지 당심과 명심이 개입해서 정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 내 다수 중진은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총선 때 ‘비명횡사’한 정치인들을 목격한 효과일 것이다.

역대 국회의장은 형식적이지만 최소한의 중립을 지키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이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면 명목뿐인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게 위선이라도 덜어내는 길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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