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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태평로] 대통령은 지금 전공의를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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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가까이 계속된 의료 파행… 경영난 병원, 시스템 붕괴 위기

선거 없고 정책 힘 실린 지금 대통령, 전공의 만나 대화해야

조선일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가운데)과 사직전공의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달할 '응급의학과 사직전공의들이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글'과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책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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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이 보유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올해 말까지 보유한 HD현대일렉 주식 40만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1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서울대병원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000억원대까지 올렸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매일 적자가 10억원 이상씩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최후 보루인 대학병원 시스템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빅5′ 병원은 그나마 잉여금이 많이 쌓여 있어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그렇지 못한 다른 대학 병원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지경이라고 한다. 그동안 값싼 임금의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던 대학 병원 시스템은 바뀌어야 하고, 대학 병원의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올려주는 것을 포함한 제도적, 장기적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VIP 환자가 찾아올 정도로 우수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00일 가까이 진행된 의료 파행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방향에는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법원도 의대 증원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공익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는 절차를 확정했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정말 되돌리기 힘든 상황까지 온 것이다. 전국의 고3, 재수·삼수생 등이 의대 증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를 변경할 경우 역풍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제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하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 전 국민을 상대로 51분 동안 의대 증원 필요성을 설명했고, 전공의 대표도 따로 만났다. 당시 회동에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 논의 때 전공의들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전공의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썼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공의 대표를 만나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또 전공의들을 만나야 한다. 두 번째도 소득이 없다면 세번, 네번이라도 만나야 한다. 선거도 끝났고, 법원에서 정부 손을 들어준 지금, 적극적으로 전공의들을 만나야 진정성도 인정받을 것이다.

이들에게 2026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새로 논의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법원은 정부 손을 들어주며, “만일 현재의 증원 규모가 다소 과다하면 앞으로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또 2025년도 이후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도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줄 것을 별도로 당부하기도 했다.

우려가 있다. 최근 법원 결정으로 정책 정당성에 힘을 받은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강공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찰은 조만간 전공의 2명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의협 회장 관련 참고인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복귀를 가로막는 일부 강경파에 대해 법적 처벌 카드를 사용, 단일 대오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공의들의 투쟁 전선을 와해시키고 나머지 전공의들을 복귀시킨다는 계산이겠지만, 정부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강공책은 힘들게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대학교수들마저 적으로 만들고, 그러면 의료 현장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전공의는 피의자가 아니고, 정치에서는 대결과 승리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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