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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5 (목)

[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로마의 건축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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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이번 학기 판테온 신전에 관해 강의하면서 다시금 고대 로마 건축 기술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서양 예술과 문화의 근본이라 하면 고대 그리스의 업적들을 생각한다. 미의 극치에 달한 그리스 인체 조각상은 미켈란젤로 다비드상의 전형이 됐고, 서양 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관념적 구성에 의해 성립됐다. 심지어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구조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로마 시대의 건축예술은 그리스와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파르테논 신전이 아무리 수학적으로 뛰어난 정밀함을 자랑할지라도 여전히 고인돌의 기둥과 인방(引枋·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는 구조물) 형식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에 비해 로마제국의 건축물들은 콘크리트의 발명과 더불어 아치형 양식을 쓰면서 거대하고 복잡한 건물들로 지어졌다. 8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콜로세움은 보통 그리스 극장의 열 배 정도 크기다. 로마시대의 특기인 수로도 수십㎞나 되는 길에 정확한 경사를 반영했고, 그렇게 사방에서 끌어온 물을 사용하는 대규모 공중목욕탕 ‘테르메’를 또 으리으리하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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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로마 콘크리트는 대체 무엇이길래 판테온 신전이 지진 지역에서 2000년 동안 완벽하게 보존됐을까. 물론 여러 가지 기발한 내진 설계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벌써 알려진 바다. 그런데 최근 MIT 연구팀이 또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나폴리 화산재와 생석회를 고온에서 혼합해 제조된 로마 콘크리트는 틈이 생기면 며칠 내로 자가치유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석조화되는 마법적인 재료다. 반면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포틀랜드’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한다. 부분적 정교함의 증진이 전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으니, 과학기술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다. 과학사의 기술(記述)에 있어서도 진보의 개념에만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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