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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서울대병원 “파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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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끝난 무기한 집단 휴진

교수 73% “지속가능한 방식 필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무기한 집단 휴진 중단을 발표했다. 집단 휴진에 들어간 지 5일 만이다. 국내 5대 대형 병원(빅5) 중에서도 간판급인 서울대병원의 ‘집단 휴진 중단’은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집단 휴진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무기한)과 서울아산병원(일주일)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는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를 토대로 휴진 중단을 결정했다. 비대위는 “응답 교수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우리가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며 “무능한 불통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중단 결정 배경엔 거세진 ‘휴진 반대’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교수들 다수가 20일 내부 회의에서 “환자 진료를 더 미룰 수 없다” “우리 뜻은 정부에 충분히 전달이 됐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휴진 첫날인 지난 17일엔 진료와 수술이 평소보다 20%가량 감소했지만, 다음 날부터 진료·수술 비율이 상승했다”며 “교수들은 환자를 떠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대의 휴진 중단 결정은 지난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이번 의료 파업의 물길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달 서울고법의 “의대 증원은 공익에 부합한다”는 결정과 함께 이번 서울대병원의 휴진 중단은 의료계의 반발 동력과 명분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대병원의 휴진 중단 결정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다른 병원들도 휴진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5일 만에 집단 휴진 중단을 결정한 주요 원인은 환자 단체의 반발과 뒤이은 여론의 악화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21일 “다음 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 단체들과 함께 1000여 명이 모여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환자 단체가 이 정도 규모의 집회를 여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환단연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의료 공백 사태가 넉 달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연이은 집단 휴진 강행 및 무기한 휴진 결의는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왔던 환자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와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며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이어 “환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무력하다. 환자 목소리를 전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처럼 이제 우리 생명을 스스로 지키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 환단연은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서울아산병원은 7월 4일부터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투쟁 방식에 환자 단체들은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환자 전용 인터넷 카페엔 “갑상선암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또 연기 통보를 받았다” “뇌혈관 수술도 연기됐다”는 글이 많았지만 환자가 의사들을 공개 비판하는 경우는 없었다. 의사가 환자의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선 “환자들의 인내가 한계를 넘었다는 신호”라는 말이 나왔다. 1000명이 넘는 대규모 환자 집회는 2014년, 2020년 의료 파업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부산 북구의 한 인터넷 맘카페(엄마 전용 카페)엔 ‘북구 집단 파업 병원 리스트’라는 제목의 명단이 올라왔다. ‘○○비뇨기과의원’ ‘○○○○ 피부과의원…’ 지난 18일 병의원 총파업(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원 명단이었다. 앞으로 이 의원들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글도 보였다.

경기 용인시의 한 지역 카페에도 ‘소아과’ ‘내과’ ‘정신과’ 등 진료 과목별로 18일 문을 닫은 의원 11곳의 명단이 올라와 있었다. 경기 남양주시의 지역 카페에도 휴진 병원 명단이 있었다. 여기엔 “환자들을 돌보면서 자기 주장을 해야 했다”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경기 광명시에선 최근 한 환자가 자기가 다니던 의원이 집단 휴진에 참여했다며 의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한 일도 있었다. 대형 병원과 동네 의원의 집단 휴진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얘기다.

대형 병원들의 집단 휴진은 앞으로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인사들은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서울대병원까지 집단 휴진을 철회하면서,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집단 휴진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됐다”며 “더구나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집단 휴진을 시작하기로 한 7월 4일은 환자 단체들의 대규모 ‘집단 휴진 반대’ 집회를 열기로 한 날”이라고 했다.

정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협은 최근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이 참여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려 했지만 전공의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여기에 서울대병원까지 ‘강경 대오’에서 이탈하면서 앞으로 대정부 투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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