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3 (화)

콜드브루가 알리는 여름의 시작이란 [박영순의 커피 언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커피애호가에게 여름은 ‘콜드브루 커피의 위생불량’ 소식으로 시작된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세균 득실” “마시지 마세요” “전량 폐기” 등 섬뜩한 문구들이 그 심각성을 인상 깊게 알렸다. 병에 담긴 해당 제품 사진과 업체의 실명까지 인터넷에 올라 피해 확산을 막는 동시에 반품 등의 조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겪고 “세균이 극성을 부리는 무더위를 앞두고 경종을 울렸으니, 이젠 콜드브루 커피들이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콜드브루 커피에 대한 전수조사와 이를 만들어 파는 주요 커피전문점의 샘플조사를 당국에 촉구하고, 그 결과를 받아내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계일보

실온에서 서서히 추출되는 콜드브루 커피. 공기 중의 세균 감염보다는 작업자의 손에 의한 오염이 더 문제를 유발한다. 커피비평가협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첫째, 이번 사건은 업체 스스로 샘플을 당국에 보내 ‘자가품질검사’를 받은 결과에서 빚어졌다. 따라서 자진 리콜의 성격이 있다. 해당 업체를 파렴치범으로 봐선 곤란하다. 당국에 ‘걸렸다기보다는 더 큰 위험을 예방했다’는 측면이 있다. 자가품질검사를 피하거나 교묘한 술수로 악용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둘째, ‘세균 수 기준 규격 부적합’의 경중을 따질 때 그 정도가 가장 낮다. 약하니 봐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업체들도 위반하기 쉬운 사안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장하면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식품위생법이 정한 회수 지침은 1∼3등급으로 나뉜다. 1, 2등급은 리스테리아,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등 심각한 병원균이 퍼지는 정도인데 반해 3등급은 대장균 등이 기준치(100CFU/g)를 초과할 때 받는 조치이다. 시료 1g을 배양했을 때 100개 이상의 세균 콜로니(집단)가 생기는 수준이다.

콜드브루 커피에 대한 위생 점검에서 대장균은 대부분 장비와 도구를 다루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전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은 온도가 높아 대장균이 급속히 번식하는 바람에 겨울에 비해 적발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추출시설이 고급스럽고 위생적인지보다는 작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생수칙을 준수하느냐가 더 영향을 끼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설이 좋은 대기업의 제품군이나 유명 커피전문점의 수제 콜드브루 커피도 모두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민의 건강이 달린 문제이다.

셋째, 이번 여름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수년 치 자료를 뒤져보면, 콜드브루 커피에서 세균이 다량 검출됐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들이 입추를 한참 지난 8월 중하순에야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열대야가 이미 시작된 지금도 사실 늦은 감이 있다. 더욱이 첫 콜드브루 커피 오염 사례가 업체의 자진검사 의뢰를 통해 밝혀졌다는 것은 우리의 시스템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끝으로 콜드브루 커피를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있다. 더운 날씨에는 멀쩡했던 식음료도 탈을 부른다. 콜드브루 커피의 위생적 문제를 단지 오랜 시간 공기에 노출된 채 추출되는 데에서 찾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대체로 얼음에 부어 차갑게 마시는 콜드브루 커피는 뜨거운 물을 만난 적이 없기에 당초 커피 액에 살아 있는 균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녀석들이 얼음이 녹은 뒤에는 빠르게 번식하면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콜드브루 커피만큼은 실온에 방치했다가 아깝다고 확 들이켜지 말자. 제조 과정만 따지지 말고 자신이 커피를 건강하게 마시는지도 돌아보면 좋겠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