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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5 (목)

'동해에서 석유 터졌다' 현실이 되면 기름값은 싸질까?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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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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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앞바다에 기름이 있느냐, 없느냐? 그 얘기는 잠시 제쳐두자. 데이터 분석을 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20%라고 분석한 '액트지오'사에 대한 의혹도 오늘은 다루려는 게 아니다.

만약, 정말로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된다면 치솟는 물가가 잡힐 것인가?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00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인가? 가정에 가정을 더해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동해에서 정말 유전이 터질 경우 보통의 대한민국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석유 생산까지의 험난한 과정



동해 앞바다에서 석유가 정말 발견됐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제 이 석유를 캐낼 것이냐, 그냥 둘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판단의 기준이 되는 건 경제성·채산성이다. 이 채산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이 매장량이다. 동해 영일만 유전이 수심 1km 이상 되는 심해에 위치해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에 드는 돈이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반면 동해 유전은 20달러~30달러까지, 2배~3배 정도 더 비싸진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심해 유전은 대규모 유전밖에 없는데, 대규모인 경우에만 생산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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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모를 만족한다면 다음으로는 경질유이냐, 중질유이냐를 봐야 한다. 중질유는 타르 형태의 끈적한 원유로, 정제 과정을 더 많이 거쳐야 한다. 반대로 경질유의 경우 보다 더 묽은 액체에 가까운데 그만큼 정제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든다. 영일만의 경우 인근 동해 가스전에서 초경질유가 발견된 적이 있는 만큼 경질유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캐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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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유가 됐든, 중질유가 됐든 그다음으로 봐야 할 것은 불순물이 얼마나 섞여 있느냐이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같은 불순물이 많이 포함돼 있기라도 하면 정제 비용이 부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제와 관련된 계산까지 끝난 이후에는, 이를 내수용으로 쓸지 수출용으로 쓸지 계산해야 한다. 바다에서 기름을 뽑아낸 뒤 바로 유조선에 태워 수출을 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내륙으로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옮기는 게 나을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 앞바다에서 난 원유를 우리가 정제해서 쓰는 게 더 쌀지, 아니면 지금처럼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를 하는 게 더 쌀지, 아니면 아예 정제돼 있는 채로 수입하는 게 더 쌀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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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펴본 이러한 모든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때, 설사 석유가 매장돼 있다 하더라도 생산에 착수할 수 있다. 이 모든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실제 원유 생산에 착수를 한다면, 이는 지금으로부터 11년 후인 2035년 무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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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기름값은 싸집니까?



기름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데, 이 수많은 과정을 다 뚫고 실제 우리나라가 기름 생산에 착수했다고 생각하면 더 행복한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이제 한국의 기름값은 정말 싸질까? 전기세 누진료는 정말 사라질까?

베네수엘라나 이란 같은 산유국의 경우 기름값이 생수보다 쌀 정도로 기름값이 거의 '거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세계에서 기름값이 가장 싼 나라인 베네수엘라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0.02달러, 우리 돈 28원 정도 한다. 유조차 탱크를 가득 채워도 8만 원이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란 역시 한때 기름값이 생수보다 싸다고 알려져 있었다.

반면 현재 세계에서 기름을 가장 많이 생산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1/5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기름 가격 차이가 크지만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3.45달러이다. 이는 리터당 약 1,256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기름값 1,600원 정도와 비교해 봤을 때 아주 많이 싸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자국 내 소비량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캐나다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더 비싸고, 역시 산유국인 멕시코 역시 그러하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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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아무리 산유국이라도 결국 기름 가격은 국제 유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산유국 가운데 예컨대 베네수엘라처럼 기름값이 말도 안 되게 싸게 살 수 있는 국가들은 주로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등에 몰려있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전적으로 '국가의 보조금' 때문이다. 자기 나라에서 기름이 나서 기름이 싼 것이 아니라, 정치적·정책적 이유로 국가가 시장의 기름값 형성에 적극 개입하며 막대한 보조금을 풀기 때문에 기름값이 싸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13년 넘게 기름값을 동결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기업이 보는 피해를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 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베네수엘라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국가 손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제 유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석유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일이 드물다. 보조금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환경부담금을 매기는 경우도 많다 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유럽 일부 국가들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도 기름값이 비싸다.

우리나라는 이런 선진국과 비슷한 형태이기 때문에, 설사 동해 앞바다에서 기름이 나온다 하더라도 기름값이 싸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전문가는 없다. 지금과 비슷하거나, 싸지더라도 찔끔 싸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동해 유전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는 남미 가이아나의 사례도 이를 잘 증명한다. 동해 유전 데이터를 분석한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가 참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가이아나는 자국 앞바다 유전에서 2019년 2월 첫 원유를 생산해 냈다. 가이아나의 기름값 변동 그래프를 살펴보면 실제 원유를 생산한 직후 기름값이 뚝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유 생산 때문이 아니다. 가이아나의 지금 현재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03달러인데, 원유를 생산하기 직전인 2018년 리터당 1.09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즉, 비교적 최근에 산유국 반열에 오른 가이아나도 결국은 국제 유가를 따라 기름값이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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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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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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