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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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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인종차별' 수수방관 토트넘 이미지 대추락...미온적 대처로 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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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두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생긴지 일주일이 넘었다.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여론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여기에는 벤탄쿠르와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한 탓이 크다.

토트넘 소속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아시아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면서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을 예로 들어 논란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역시 벤탄쿠르의 말에 동의하면서 자신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내용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포르 라 카미세타'의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 선수인 손흥민의 이름을 언급하며 "쏘니?(Sonny, 손흥민의 애칭)"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도 괜찮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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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이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면 쏘니의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아시아인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SNS상에서 논란이 되자 곧바로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쏘니, 내 형제여!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 거다! 사랑해 쏘니!"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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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탄쿠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분노는 식지 않았다. 벤탄쿠르가 사용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24시간이 지나면 아예 사라지고, 기록은 개인 계정에만 남는 기능이기 때문에 사과문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할 수 있어 사과문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손흥민이 그동안 PL에서 뛰며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도 한몫 했다.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PL에서 뛰는 9년이라는 기간 동안 타팀 팬들로부터 수 차례 인종차별을 당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SNS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한 사건과 같은 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한 사건이 있다. 웨스트햄의 경우 이 사건으로 인해 벌금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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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한 크리스털 팰리스 팬은 경기장 3년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손흥민 인종차별 사건에 얽혔던 노팅엄 포레스트 팬 역시 벌금과 3년 출입 금지 징계를 받게 됐다. 2022년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한 첼시 팬의 경우 경기장 무기한 출입 금지됐다.

불타는 여론에 장작도 꾸준히 들어갔다. 지난 20일에는 인종차별 철퇴를 외치는 영국 내 유명 인권단체가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스포츠계 차별을 반대하는 국제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킥 잇 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한 제보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제보들은 이미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보내진 상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벤탄쿠르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보거나 들을 경우 제보해달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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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당사자인 손흥민이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로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뒤로 하고 벤탄쿠르와 프리시즌에 재회해 다음 시즌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입을 열자 그제서야 토트넘이 움직였다. 토트넘은 20일 "인터뷰 영상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과 이후 선수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도움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다양성과 평등, 그리고 포용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들을 위한 추가 교육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들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구단과 경기, 그리고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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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토트넘의 입장문이 올라온 시점은 이미 벤탄쿠르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지 5일이 지난 뒤였다. 팬들이 분노하는 동안 토트넘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토트넘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벤탄쿠르와 손흥민 모두 보호받지 못했다.

사건이 터지고 약 8일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3일 뒤에도 팬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토트넘이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더 빠르게 대처했다면 다른 상황을 기대할 수도 있었으나, 토트넘의 미온적인 태도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벤탄쿠르 SNS, 손흥민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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