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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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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갔다고 엄마가 자랑했는데...” 구로역 철도 사고 눈물의 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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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망자 유족은 발인 미뤄

조선일보

12일 오전 10시쯤 서울 고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지난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철도 사고로 숨진 윤모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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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0시쯤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 2층. 지난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전차선(線) 보수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한 윤모(31)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유족과 지인, 직장 동료 등 20여명이 윤씨의 영정 앞에 모였고 상복을 입은 유족들이 돌아가며 윤씨에게 술잔을 올리고 마지막 절을 올렸다. 몇몇 유족은 절을 하고 돌아서는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기도 했지만 빈소는 소리내 우는 사람 없이 고요했다.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윤씨의 발인식에 참석했다. 한 사장은 발인을 마친 뒤 붉어진 얼굴로 빈소를 나왔고 영결식은 참석하지 않은 채 빈소를 떠났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윤씨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윤씨의 영정사진을 들었고, 관을 운구할 윤씨의 친구 6명이 흰 장갑을 꼈다. 그 모습을 본 유족들은 탄식을 뱉었고 윤씨의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절규했다. 그 옆을 윤씨의 아버지가 묵묵히 함께 했다.

윤씨의 친족 20여명이 빈소를 떠나자 또 다른 피해자 정씨의 유족 또한 빈소 앞에 나와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지하 1층 영결식장에는 안팎으로 100여명의 유족과 직장 동료 등이 모여 있었다. 영결식장에 파란색 융단과 국화꽃으로 덮인 윤씨의 관이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고 윤씨 어머니의 울음 소리가 손수건을 뚫고 나오며 영결식장에 울렸다.

윤씨의 관이 영결식장을 거쳐 운구차에 안치됐고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관을 쓰다듬었다. 윤씨의 어머니는 관 위에 올려진 국화꽃에 얼굴을 파묻으며 큰 소리로 울었다. 아버지는 이를 조용히 바라보며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운구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통행로 양쪽에 40여명의 조문객들이 고개를 숙이며 묵례했다. 운구차 조수석에 탄 윤씨의 여동생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윤씨의 영정을 끌어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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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0시쯤 서울 고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지난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철도 사고로 숨진 윤모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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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인식에서 만난 윤씨 어머니의 오랜 친구는 “OO이가 너무 착해서...사춘기도 없었을 정도로 너무 착하니까...”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OO이가 엄마한테도 잘하고 학교 다닐 때도 공부해라, 공기업 가라는 둥의 엄마 말을 잘 들었다”며 “OO이가 회사에 합격했을 때도 엄마가 친구들한테 우리 아들 공기업 들어갔다며 자랑했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 3일 전에 구로역에서 윤씨의 어머니를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호에 들어선 또 다른 사망자 정씨의 빈소 앞 모니터에는 ‘발인 12월 31일 시간 미정’ ‘장지 미정’이라는 문구가 떠있었다. 빈소 입구에는 4장의 가족사진이 그대로 놓여있고 영정 앞에도 가족사진과 여러 음식 옆으로 촛불이 환히 켜있었다. 정씨의 유족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발인을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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