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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여성 기자에 “요즘도 히잡 단속하나”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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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페제시키안, “복장 검문 중단” 공약

‘아직도 그대로’ 지적에 “후속조치 챙길 것”

2022년 9월16일 이란에서 발생한 여성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의 의문사 사건 후 2년이 지났다. 아미니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명 ‘도덕경찰’(Morality Police)에 붙잡혀 조사를 받다가 숨졌다. 이런 가운데 개혁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이 여성들의 복장 규정 완화를 시사하는 듯한 언급을 해 주목된다. 문제는 대통령 위에 종교적 의미의 최고 지도자가 따로 있는 이슬람 공화국 구조상 대통령의 힘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페제시키안은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장에는 스카프를 느슨하게 착용해 머리카락 일부가 드러난 여성 기자가 있었다. 그는 페제시키안에게 질문하며 “도덕경찰의 검문을 피하고자 일부러 멀리 돌아서 행사장까지 왔다”고 소개했다. 이에 페제시키안은 “도덕경찰이 아직도 거리에 있느냐”고 물었으며, 여성 기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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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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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페제시키안은 “도덕경찰은 더는 여성들을 검문해선 안 된다”며 “여성들의 이동을 도덕경찰이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이날 회견장에선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여성 기자 여럿이 히잡이나 히잡 대용인 스카프를 느슨하게 착용해 머리카락 일부를 드러냈다. 전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시절만 해도 기자회견 같은 공식 행사에선 여성 기자가 히잡을 단정하게 쓰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었다. 2021년 4년 임기의 이란 대통령에 취임한 라이시는 올해 5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대통령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이가 지금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이다.

페제시키안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히잡을 비롯한 여성들 옷차림을 감시하는 도덕경찰의 순찰과 검문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대폭 강화된 당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 관련 검열 완화도 약속했다.

꼭 2년 전인 2022년 9월 테헤란 시내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됐다. 아미니는 구금 도중인 9월16일 사망했는데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는 의문사였다. 이에 이란 각지에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들은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치며 히잡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심지어 이란에서 대통령보다 높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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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촬영 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를 뜻하는 ‘브이’(V) 형상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16일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미니의 사망 후 이란 전역에서 진상 규명과 히잡 의무화 철폐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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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이 나서 이란 정부를 규탄하며 국민, 특히 여성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되레 공권력을 총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여성을 포함한 일부 시위자는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유엔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이란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과 관련해 “여전히 2등 시민으로 격하돼 히잡 등 복장 규정 준수를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하고 특히 2022년 시위와 관련해 붙잡힌 여성 활동가들의 사형 집행도 계속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공화국을 표방한 이란은 국민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 위에 종교적 배경의 최고 지도자가 또 있는 독특한 구조다. 현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85)는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으로 최고 지도자에 오른 이래 벌써 35년가량 종교적 권위를 배경으로 이란을 지배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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