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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밀착카메라] 밤낮없는 남북 '확성기 대결'…지쳐가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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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북한과 가까운 접경 지역 주민들은 마음 놓고 푹 쉬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이틀 연속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고 거기 맞대응하는 우리 군의 대북 방송과, 또 거기 맞서는 북한의 귀신소리 같은 대남 방송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일상생활 자체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인지,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북한과 불과 수㎞ 떨어진 접경 지역.

[우리 군의 대북 방송 : 여러분이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북한이라는 세상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정확히 모르실 텐데요.]

경기 파주에 있는 한 접경 지역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추석 연휴 이른 아침부터 많은 내용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입니다.

우리 군과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과 K-POP 가요 등 여러 내용들이 하루 종일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두 달 전쯤 시작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북 방송 : 기가 막히네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김일성은 제대로 자기 목숨을 내놓고 진군을 한 일이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산하에서 목소리 한 번 크게 못 내던 말단 당원이었고, 소련 스탈린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한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위대한 수령님으로 만들었어야 했으니…]

오전과 오후, 저녁으로 나눠 서너 시간씩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이나 트로트, K-POP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밤이 되자 이번엔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동물 울음소리 같기도, 귀신 소리 같기도 한 소음 공해.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인천 강화군에서 들린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밀착카메라 확인 결과, 이곳 파주에서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평일이고 휴일이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남과 북의 확성기 대결이 반복되다 보니 접경 지역 주민들은 지쳐갑니다.

[인근 주민 : 귀신이 나오는 듯한 그런 소리가 나오고, 밤에는 반대로 (북한의 방송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자정 넘어서까지 하거든요. 두 나라 모두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굉장히 좀 유치한, 유치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집 안에서도, 심지어 창문을 닫아도 노랫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다 보니 일상 생활이 어려운 수준입니다.

침실도 예외가 아닙니다.

양해를 구하고 침실에도 들어와 봤습니다.

평소에 잠을 자는 공간인 이곳에서도 대북 확성기 소리가 매우 크고, 선명하게 들리는 상황입니다.

연휴를 맞아 근처 펜션에 놀러 온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입니다.

[인근 펜션 방문객 : 방송하고 그런다고 무슨 효과가 있냐고. 아무 효과가 없어. (양쪽) 군인들만 힘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방송을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 : 그건 어떻게 뭐 우리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기네들이 하는걸. {나라에서, 군에서 하는 거니까?} 뭐 막을 수는 없는 거지, 우리가.]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 같은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어, 이런 '소음 공해' 피해는 한동안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밤낮없는 남과 북의 확성기 전쟁은 어쩌면 양쪽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해를 입는 접경 지역 주민들은 이 소모적인 대결 분위기가 잦아들어, 다시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홍성민]

송우영 기자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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