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착각하고 손님 신체 수색해 법정 선 가게 주인과 아르바이트생
어떤 경우엔 유죄, 어떤 경우엔 무죄…유무죄 관건은?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형법 제321조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이 남성은 지난 4월1일 오후 11시58분쯤 편의점에 들어왔다가 나간 20대 여자 손님이 몰래 물건을 훔쳤다고 생각했다. 남성은 이 여성을 편의점 안으로 데려온 뒤 거듭된 거부 의사에도 양손으로 여성의 바지 양쪽 주머니와 뒷주머니를 만지는 방법으로 신체를 수색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여성은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남성의 착각이었다.
재판부는 “절도로 오인해 피해자 신체를 수색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다른 손님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당혹감, 모멸감, 정신적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라며 “다만 사실관계를 오인해 경솔하게 범행을 저지른 점, 계획적·악의적으로 한 일이 아닌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절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신체수색은 무조건 위법일까?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관건은 동의 여부다. 대구지법은 2022년 2월 펜을 훔친 것으로 의심된다며 9살 여아의 신체를 수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방구 주인 여성 A(37)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2월18일 오후 3시11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B양(9)이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B양의 패딩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수색 결과 펜은 나오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가게 측의 오해였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인다”며 “A씨가 피해자 상의 주머니를 수색한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