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줄리안 르 베롱 알리안츠GI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영학,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전 로게글로벌파트너스 시니어 파트너, 전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 국채 포트폴리오 매니저(우) 란지브 만 알리안츠GI 채권 포트폴리오 수석 매니저영국 맨체스터대 경제학 석사, 전 로게글로벌파트너스 글로벌 국채 연구 및 전략 책임자, 전 영국산업연맹(CBI) 수석 경제학자 사진 알리안츠G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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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구조가 안정적이고 금리 수준이 높은 호주·뉴질랜드·스페인 채권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본다.”
세계적인 자산 운용사 알리안츠GI의 줄리안 르 베롱(Julian Le Beron)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와 란지브 만(Ranjiv Mann) 채권 포트폴리오 수석 매니저는 최근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채권시장으로 세 나라를 꼽으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비교적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이 커서 이자 수익을 얻기에 좋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에는 미국 장기채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장기채가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한 만큼 금리 인하 시 장기채의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채권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매매 차익을 노리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알리안츠GI 운용 자산은 5550억유로(약 825조원)로, 이 가운데 채권이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핵심 글로벌 고정 수입팀의 일원인 두 사람은 각각 27년, 3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거시 경제 및 국채 투자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모든 답변은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해 화자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를 참고했을 때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soft landing·연착륙)’ 시나리오가 흔들리고 있다.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유럽과 중국의 경제성장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국채 시장엔 순풍이 불고 있다.”
그게 무슨 뜻인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하면서 주요 10개국(G10) 중앙은행 대다수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높은 실질 금리와 기업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금 주식시장은 너무 비싸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몇 달 동안, 국채 수익률이 더 낮아질(가격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시점에서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매력적인 선택이란 뜻이다. 우리는 지금 여러 국가에서 장기채를 매수하는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에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장기채 수익률이 단기채보다 더 많이 상승)으로 전망하는 만큼, 우리는 이에 대비한 포지션을 취하고자 한다.”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이 있나.
“우선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정치적 상황과 장기적인 재정 전망 같은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현재 경제 상황과 채권시장 밸류에이션이 잘 맞지 않는 몇몇 국가의 채권 상품에 매력적인 수익 기회가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국가가 호주와 뉴질랜드다. 두 국가는 금리가 높고 경제성장이 억제될 만큼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채권 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투자자가 가장 관심을 갖는 미국 시장은 어떤가.
“미국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투자자가 2024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다시 고민하게 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4년 말까지 금리를 네 번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미국 국채가 미국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만약 미국 노동시장이 더 악화하는 신호가 나타나면, 우리는 장기채에 더 많은 투자를 고려할 것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장기채를 구매하는 것보다 수익률 곡선이 더 가팔라지는 것에 대비한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어떤가. 올해 6월 유럽 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인하했는데, 이런 통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물론이다. ECB는 2024년 하반기와 2025년까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하반기 유럽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유럽의 경기 회복이 주춤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는 주의 깊게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유럽에선 어떤 국가의 채권이 매력적인가.
“우리는 독일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반영한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ECB가 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독일 정부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장기채보다 단기채의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같은 유럽 내 핵심국보다 스페인 같은 주변국의 채권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스페인 채권은 구조적 및 경기적 측면에서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실질 수익률이 더 높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럽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정학적 긴장은 채권시장을 흔드는 중대한 변수다. 투자자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해, 특히 유럽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당장은 유럽의 경제성장 전망이 유럽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유럽의 산업, 에너지, 방위 정책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유럽의 부채 발행을 늘려 장기채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외 채권시장이 마주한 또 다른 리스크가 있다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이다. 대선 결과가 미국의 재정, 무역, 산업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유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전략이나 미국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분석하고, 이것이 향후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2년 동안 금리가 크게 움직이면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채권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연준의 최선의 시나리오(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하고 경제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는 것)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거나 실업률이 급등할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 채권 수익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만약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진다면, 최근 몇 년간 강세를 보였던 회사채 같은 위험 자산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채권의 만기 기간과 수익률 곡선 관리 같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유리하다.”
Plus Point
“채권도 원금 손실 가능” 금감원이 전한 투자 유의 사항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가 늘자, 금융감독원이 원금 손실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8월 1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리 변동기 채권 투자 관련 유의 사항’에 따르면, 채권은 확정 이자를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생각되지만, 발행자의 신용 상태, 시장 금리 변동 등에 따라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채권 발행인이 파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채권을 만기 전 매도하는 경우에도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채권 투자 시에는 환율 변동, 해외 채권 발행 국가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채권을 만기 보유하면서 확정된 이자를 받는다고 해도,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환산 수령 원금과 이자가 감소할 수 있다. 실제로 브라질 통화(헤알화) 가치 급락에 따라 현지 기준으로 원금 두 배의 이익을 거두고도, 원화 환산 시 손실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장기 투자 시 복리 효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이코노미조선=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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