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린 2024년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생리학상 수상자인 일본 연구진이 포유류의 항문 호흡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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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도 항문 호흡이 가능할까? 죽은 물고기도 헤엄을 칠 수 있을까? 미사일 안에 비둘기를 넣어 미사일 방향을 조정할 수 있을까?
‘괴짜 연구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의 올해 수상자가 발표됐다.
이그노벨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특이한 연구에 주는 상으로,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그노벨상은 시상 분야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해마다 달라진다. 올해는 생리학상을 비롯해 10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생리학상은 포유류도 항문을 통해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본 과학자들이 차지했다.
일본 도쿄치의대 연구진은 생쥐와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들 포유류가 직장을 통해 전달되는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이들은 미꾸라지와 같은 수생동물이 산소가 부족할 경우 창자를 통해 호흡한다는 데 착안해, 포유류도 이것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2021년 국제학술지 ‘메드’ 표지논문으로 발표된 이 연구는 교신저자인 다케베 다카노리 박사가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치료법을 고민하던 것이 발단이 됐다.
연구진은 폐를 통한 호흡만으로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못할 때 또는 인공호흡기가 부족할 때 이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소 함유량이 많은 액체(과불화탄소)를 항문에 주입하면 혈류로 직접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항문 호흡 장치 개발을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지난 6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MIT 강의실 칠판에 한 미술가가 분필로 수상자 10팀의 연구 내용을 묘사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그노벨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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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이상 인구 대부분 출생증명서 없어
인구학상은 100살 이상 장수 노인 통계의 허구성을 밝혀낸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연구진은 전 세계 110살 이상 인구의 80%를 추적한 결과, 대부분 출생 증명서가 없었으며 사망한 뒤에도 이를 등록하지 않고 연금을 받는 연금 사기 사건이 많았다고 밝혔다.
의학상은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유발하는 가짜 약이 부작용이 없는 가짜 약보다 환자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밝혀낸 스위스, 독일, 벨기에 공동연구진이 수상했다.
물리학상은 죽은 송어도 물 흐름에 맞춰 꼬리를 흔들며 수영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북반구든 남반구든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주로 시계 방향으로 휘어지는 경향이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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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시계방향으로 휘어져
화학상은 술에 취한 벌레와 취하지 않은 벌레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네덜란드 연구진이 차지했다.
식물학상은 칠레에 서식하는 포도나무의 일종인 ‘보킬라 트리폴리올라타’가 옆에 있는 인공 플라스틱 식물 잎의 모양을 모방한다는 것을 알아낸 미국과 독일 연구진이 수상했다.
해부학상은 남반구든 북반구든 사람들의 머리카락 가마는 주로 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지만, 남반구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한 프랑스와 칠레 연구진이 차지했다. 프랑스와 칠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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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상은 35만번의 실험을 통해 공중으로 던진 동전이 처음 집어들었던 상태와 같은 방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약간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놓은 유럽 대학 공동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실험 결과 던질 때와 같은 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평균 50.8%(17만8078번)로 절반을 조금 웃돌았다.
살아 있는 과학자만을 대상으로 한 노벨상과 달리 이그노벨상은 사망한 사람도 수상할 수 있다.
올해 이그노벨 생물학상 수상자인 미국 생물학자인 엘리 포다이스와 윌리엄 피터슨은 사후 수상자다. 이들은 1940년 겁에 질린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평화상 수상자도 1990년 사망한 미국 심리학자 버러스 스키너다. 그는 1960년 미사일 안에 살 있는 비둘기를 넣어 미사일 비행 경로를 유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연보’(AIR)가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 올해 34번째를 맞았다. 올해 시상식은 지난 12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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