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마르실리우스의 초상화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
유엔 총회 회기는 통상 9월 셋째 화요일에 시작해 이듬해 9월 끝난다. 하지만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총회는 크리스마스 연휴 전까지 약 3개월에 집중돼 있고, 이듬해 2월 속개회의가 시작된다. 총회 첫 2주간의 일반토의 기간에는 회원국 일부 대표의 연설로 이어지고 이후 다양한 의제에 따라 정기회의가 진행된다. 유엔이 지향하는 가치는 한마디로 세계 평화와 공동의 번영이다. 1980년 유엔은 총회 개최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지정했다.
각국 정부 수반을 비롯, 세계에서 가장 바쁜 정치-외교인들이 한데 모이는 총회 개최 일정은 조율 자체가 세계 평화에 버금갈 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개최일이 더러 바뀌고, 세계 평화의 날도 오락가락했다.
2001년 유엔 총회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조율을 거쳐 9월 11일로 변경됐다. 하필 그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불과 몇 블록 거리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졌다. 총회는 부득이 하루 뒤인 9월 12일 개최됐다. 그 회기 총회 의장이 한국 국무총리 한승수였다. 그 총회에서 유엔은 세계 평화의 날을 매년 9월 21일로 고정, 전쟁-분쟁 당사자의 휴전과 비폭력의 날로 선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평화와 이해, 화해 및 협력의 가치를 되새기고 고양시킬 수 있는 여러 행동 프로그램을 채택해 널리 알려왔다. 25주년인 올해의 주제는 ‘평화의 문화 배양(Cultivating a Culture of Peace)’이다. 분쟁 종식을 넘어 이해와 협력의 문화를 더욱 고취하자는 취지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에서는 무고한 수많은 이가 스러지고 있다.
소설 ‘카차토를 쫓아서(이승학 번역)’의 작가 팀 오브라이언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파도바(파두아)의 마르실리우스(Marsilius of Padua)라는 14세기 이탈리아 철학자의 ‘평화론’을 소개한다.
“번역하면 이래. 너희 동네로 돌아가라.”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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