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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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심상찮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겨울론’의 불식에도 별다른 탄력을 받지 못하고 ‘나홀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개별적 리스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뜻인 만큼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의 3분기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회사의 중장기적 위험 요인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월 한 달간 17.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0.5% 오른 것과 대비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목표주가 반토막’ 사태로 휘청였던 하이닉스는 ‘마이크론발 훈풍’을 타고 회복한 반면, 삼성은 눈에 띄는 악재가 없는데도 고꾸라지는 형국이다. 지난 30일에는 6만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만전자’마저 위태로워졌다.
증권가에서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먼저 3분기(7~9월) 실적을 꼽는다. 지난 20일 이후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0조3천억~10조4천억원으로 2분기(10조4438억원)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기대됐던 가파른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는 셈이다.
이런 전망의 상당 부분은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다. 증권가가 3분기에 이뤄진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반도체(DS) 부문 성과급 충당금 설정 등은 이익을 깎아 먹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의 내림세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더 큰 문제는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중장기적 리스크다. 일단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여전히 미국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제품보다는 중국 수출용 중저가 제품 ‘H20’에 주로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자국산 칩 사용’ 방침이 본격화하면 이런 매출마저도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들한 스마트폰·컴퓨터(PC) 수요 대신 인공지능(AI)이 나홀로 반도체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의 실적 부진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공산이 높다.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의 적자 행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파운드리 성수기로 분류되는 하반기에 들어서도 이렇다 할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파운드리 설비 일부의 가동을 중단시켰다거나 파운드리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퍼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의 성적도 당분간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의 판매 실적은 전작보다 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세를 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의 거센 매도세도 어두운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삼성전자(보통주) 8조62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가 전달의 4배로 불어난 것이다. 통상 외국인의 주식 처분은 시장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주가 하락세를 가속할 여지가 있다. 류영호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대량 공급, (아이티) 수요 회복 등과 같은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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