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단독] 악어 때리고 꼬리 잡고…법 바꿔도 여전한 ‘동물학대 체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8월 현장 조사한 결과, 대전의 한 수족관에서는 공연 진행자가 큰 소리의 댄스 음악을 틀어놓고 샴악어 입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꼬리를 잡고 이동하는 등의 악어 쇼를 하고 있었다. 어웨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즐거움이나 돈을 벌 목적으로 동물을 만지거나 올라타는 등의 ‘동물 체험’이 법으로 금지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동물원·수족관과 야생동물 카페에서 전시 중인 동물들은 여전히 무분별한 접촉 체험과 동물 쇼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원·수족관에서 반복되는 동물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동물원·수족관 검사관 제도’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에게 제출한 ‘동물원 허가제 시행 후 신규 허가한 체험 행사 현황’을 보면, 동물원·수족관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시행된 지난해 12월 이후에도 1만3000여마리의 동물이 98건의 접촉 체험과 10건의 동물 공연에 이용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의 한 수족관에서는 공연 진행자가 큰 소리의 댄스 음악을 틀어놓고 샴악어 입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꼬리를 잡고 이동하는 등의 악어 쇼가 진행 중이었고, 다른 야생동물 카페에서는 관람객이 라쿤·미어캣을 제재 없이 만지거나 왈라비·붉은여우와 입을 맞추는 등의 체험을 운영 중인 것으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지난 8월 현장 조사에서 드러났다.



한겨레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8월 현장 조사한 결과, 대전의 한 수족관에서는 공연 진행자가 큰 소리의 댄스 음악을 틀어놓고 샴악어 입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꼬리를 잡고 이동하는 등의 악어 쇼를 하고 있었다. 어웨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악어 쇼 진행자는 샴악어의 입안에 손을 넣거나 혀를 만지고, 입속에 머리를 집어넣거나 입맞춤을 하는 등 동물의 생태를 설명하는 것과는 무관한 행동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꼬리를 잡고 끌거나 목젖을 치는 등의 행동은 동물에게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을 동물원 밖으로 이동 전시하는 행위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을 금지(제15조 1항)한다. 다만 동물원·수족관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하면서, 기존에 등록된 동물원·수족관에 한해 이 법의 적용을 2028년 12월13일까지 5년간 유예했다. 시설들이 법이 정하는 종별 서식환경, 인력, 안전 관리 계획 등을 갖출 시간을 준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동물원·수족관이 운영하던 동물 체험 목록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런 프로그램이 동물에게 고통과 공포,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등의 여부를 새로 도입한 ‘검사관 제도’로 보완하게 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2022년 11월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을 배포해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체험은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한다고 적고 있다. 설사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정해진 구역에서 사육사 입회하에 먹이주기 및 만지기 체험을 수행”하고 공연 프로그램은 “조련(체벌적 훈련)을 통한 동물 공연이나 관람객의 흥미만을 위한 오락적 공연은 지양한다”고 정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지자체가 법 적용을 유예 받은 전국 127곳 동물원·수족관이 운영하던 접촉 체험, 동물 공연 내역을 개정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그대로 승인해주면서, 법 시행 이전과 거의 동일한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동물원·수족관에서 반복되는 동물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 때 함께 도입한 ‘동물원·수족관 검사관 제도’ 또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제출한 ‘동물원 허가제 시행 후 동물원 검사관 점검 내역’을 보면, 법 시행 이후 검사관이 현장을 점검한 사례는 총 9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단 2건만 ‘동물 이용 체험 계획’에 관한 것으로, 나머지는 사육 환경이나 시설 개선 등 동물원 허가를 위한 점검이었다. 동물원수족관법은 정부가 동물원 허가를 위한 현장 조사, 동물의 생태·복지, 사육 환경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수의사, 동물원 사육사, 동물 전문가 등을 검사관으로 위촉(제12조)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겨레

2022년 12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지난 5월부터 시행돼 그동안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었던 야생동물 카페의 야생동물을 이용한 체험이 금지됐지만, 당국의 관리·감독 미비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측의 설명이다. 어웨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22년 12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지난 5월부터 시행돼 그동안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었던 야생동물 카페의 야생동물을 이용한 체험이 금지됐지만, 당국의 관리·감독 미비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측의 설명이다. 어웨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물 체험’은 동물원·수족관뿐 아니라 ‘규제 공백’ 논란을 불러온 야생동물 카페에서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동안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었던 야생동물 카페에 대해서도 2022년 12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지난 5월부터 시행돼 야생동물을 이용한 체험이 금지됐지만, 이 또한 당국의 관리·감독 미비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어웨어의 설명이다. 예컨대 지난 8월 경남의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5살 아이가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이후에도 체험 금지 등의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동물 접촉 체험은 동물복지뿐 아니라 관람객의 공중 보건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한겨레

2022년 12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지난 5월부터 시행돼 그동안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었던 야생동물 카페의 야생동물을 이용한 체험이 금지됐지만, 당국의 관리·감독 미비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측의 설명이다. 어웨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환경부의 ‘동물원 허가제’가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예 기간 동안 접촉 체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학대를 방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환경부는 동물원 검사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물이 오락 목적으로 이용되는 실상을 적극적으로 점검·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