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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MT시평]위협받는 대한민국의 성공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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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평화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됐지만 중동,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평화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 기후변화, 빈곤타파 등 인류 공통의 문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하던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력기구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강대국들은 복잡한 다자기구에서 사안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 원래부터 마음이 통하는 소수의 파트너와 일을 추진하는 것을 선호한다. 1990년대 이후 우리에게 익숙했던 세계는 저물고 있다.

세계의 변화와 달리 우리는 아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변화한 세계질서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자국에서 물건을 생산해 수출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발 빠르게 중국에 진출해 저렴하게 대량의 물건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면서 큰 이익을 보았다. 중국의 수출을 위해 우리의 중간재가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신속하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플랜트를 만들어 가성비 좋은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좋은 물건을 시장에 내놓아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했고 점차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변화했다. 어디에서 물건이 생산됐는지를 따지지 않고 저렴하고 좋은 품질만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세계화 시대의 성공모델을 대한민국 기업들은 만들었던 것이다.

2024년 변화하는 세계는 대한민국 성공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생산지와 시장이 통합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시장과 생산은 통합되고 있다. 이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제품일수록 물건만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물건을 팔고 싶으면 시장이 존재하는 곳 또는 최소한 시장 인접지역에서 생산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새로운 룰이 되고 있다. 쪼개지는 시장에 맞춰 생산설비를 갖추는 것은 중복투자이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수익률도 낮아진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 다음의 생산기지를 찾기에 바쁘다. 세계화 시대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베트남으로 대표되는 동남아 지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략은 현재까지는 통용되지만 조만간 미국의 무역흑자 국가에 대한 압력과 제재가 시작되면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변화하는 질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연속선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성공의 기억이 변화에 대한 적응을 어렵게 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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