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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토)

[만물상] 상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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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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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2m가 넘는 거구의 미국 민주당 초선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지난해 종종 후드티와 반바지를 입고 등원해 ‘눈총’을 받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9월쯤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원내대표가 페터먼 상원의원을 옹호하는 성명을 냈다. 미 상원엔 남성은 정장에 타이, 여성은 어깨를 가리는 원피스나 바지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암묵적 규정이 있었다. 이 암묵적 규정이 ‘폐지’될 상황이었다. 그러자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반발했다. 10여 일 후 “상원 본회의장에서는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다른 곳은 몰라도 미국 상원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영국 등을 본떠 양원제를 채택하면서, 상원의 이름을 고대 로마의 ‘원로원(Senatus)’을 따라 ‘세네트(Senate)’라고 했다. 그 이름과 같은 자부심과 권위를 갖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은 철저히 인구 비례로 선출된다. 현재 전국에서 435명이다. 하지만 상원은 인구가 많은 주(州)와 적은 주의 대표성을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50개 주에서 2명씩 100명이 선출된다. 하원의원은 지정석이 없지만, 상원의원은 본회의장에 개인 책상이 있다. 1819년부터 내려온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책상이다.

▶미국 상원의원은 스스로 자신을 ‘대통령급’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하원은 주로 세금과 예산 등 ‘돈’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상원은 ‘인사’에 관한 사안을 처리한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는 명백히 존재한다. 1959년부터 2010년 작고할 때까지 51년간 재임한 최장수 상원의원 로버트 버드는 “나는 11명의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그 누구 ‘밑’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상원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탄핵소추권은 하원에, 탄핵심판권은 상원에 있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이 ‘유죄’라고 판단하면 대통령은 즉시 퇴출된다. 상원은 미국이 체결하는 모든 조약의 비준권을 갖고 있다. 각료, 대사, 연방판사,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준도 상원의 고유 권한이다. 상원의원들은 정부의 기밀 브리핑도 받는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뉴저지주 한국계 앤디 김(42) 연방 하원의원이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한국계가 상원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의 한국계 정치인이 오른 최고위직일 것이다.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일했던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가 한미 동맹에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김진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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