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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월)

사람을 잘못 쓴 자의 비참한 말로…권력자의 성패는 '이것'에 달렸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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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함께 노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사람은 다르다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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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도라는 새가 있는데 머리는 무겁고 꼬리는 굽어서 물가에서 물을 마시려고 하면 반드시 뒤집어진다. 그래서 누가 그 날개를 물어줘야 마실 수 있다.
이렇게 물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는 곁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한비자> 설림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도도라는 새는 '군주'를 의미합니다. 군주가 아무리 영민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그를 도와줄 '누군가'가 꼭 필요합니다. 어쩌면 군주의 성패는 보좌하는 '누군가'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그 '누군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군주의 필수 자질이겠지요.

제나라 환공에 대해서는 다 들어보았을 겁니다. 춘추오패의 선두주자이죠. 그와 함께 거론되는 사람은 관중입니다. '관포지교'의 그 관중이 맞습니다. 그는 중국 재상계의 거두로 꼽히는 사람입니다. 제환공은 각종 기록에서 묘사되는 바에 따르면 음란하고 사치스러운 사람이죠. 그를 당대 패자로 만든 사람이 관중입니다. 그러나 관중이 죽은 후 제환공은 제멋대로 사람을 씁니다. 그 이후는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2
옛날 제나라 환공은 제후들을 모으는 회맹을 아홉 차례나 열어 천하를 바로잡고, 오패의 수장이 되었는데, 이 일은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그를 중부(작은아버지)로 부르며 보좌하게 한 덕이었다.
관중이 늙어 일을 볼 수 없게 되면서, 그는 집 안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환공이 가서 그에게 물었다.
"중부께서 병으로 집에만 계시는데, 만일 불행하게도 병에서 못 일어나시면 장차 정사를 누구에게 맡기면 되겠습니까?"
이에 관중은 말했다.
"신하를 아는 것은 군주만 한 사람이 없다고 하였으니 주군께서 먼저 시험 삼아 마음에 떠오르는 사람을 정해보십시오."
그러자 환공이 물었다.
"포숙아는 어떻겠습니까?"
"안 됩니다. 포숙아는 강하고 강퍅하며 모진 데가 있습니다. 강직하면 백성들에게 거칠게 대하고, 강퍅하면 민심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아랫사람에게 모질게 대하면 그들을 쓸 수 없습니다. 그 마음에 두려움이 없으니 패자를 보좌하는 신하로 맞지 않습니다."
"환관 조(수조)는 어떻소?"
"안 됩니다. 인간의 본성은 자신을 아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왕이 여인들을 좋아하자 수조는 스스로 거세하고 내궁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기 몸도 사랑하지 않는데 왕을 어찌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위나라의 공자 개방은 어떻겠습니까?"
"안 됩니다. 제나라와 위나라의 거리는 불과 열흘이면 갈 수 있습니다. 개방이 주군의 일을 맡아 그 뜻을 살피느라 15년이나 부모를 만나러 가지 않았습니다. 이는 인정이 아닙니다.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군주를 모시겠습니까."
"그럼 요리사 역아는 어떻습니까?"
"안 됩니다. 역아는 주군의 입맛을 돌보며, 주군께서 '아직 맛보지 못한 게 있다면 사람 고기다'라고 하자 자기 아들의 머리를 삶아 바친 일은 주군께서도 알고 계십니다. 사람의 인정이라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자식을 삶아 군주에게 바쳤습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찌 군주를 안정되게 사랑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누구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습붕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중심이 단단하고 겉모습은 예의가 바르며 욕심은 적고 믿음이 큰 사람입니다. 중심이 단단하면 모범이 되기에 족하고, 예의가 바르면 대임을 맡길 수 있습니다. 욕심이 적으면 능히 백성을 대할 수 있고, 믿음이 크면 주변국과 친교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패자를 보좌할 수 있는 재목이니 군주께서는 그를 쓰십시오."

일 년쯤 지나 관중이 죽었다. 환공은 습붕을 쓰지 않고, 수조에게 일을 맡겼다. 수조가 정사를 돌본 지 3년 만에 환공은 남쪽으로 유람을 떠났다.
이에 수조는 역아와 위공자 개방을 끌어들여 반란을 일으켰다. 환공은 남쪽의 침전에 갇혀 갈증과 굶주림 끝에 죽었다. 그리고 제환공의 시신을 석 달 동안 거두지 않아 구더기가 방 밖으로 기어나갈 지경이 됐다.





제환공의 어처구니없는 비참한 말로는 그야말로 권력자의 성패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달려있음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유가의 재주 많은 유생들을 식객으로 두었지만, 그들에게 살해당한 계손이라는 대부의 이야기입니다.
#3
계손은 재주 많은 선비들을 거느리는 것을 좋아해 종일 근엄한 얼굴을 하고, 거처와 의복도 항상 조정에 있을 때와 같이 하였다.
그런데 계손은 가끔씩 해이해져 상대에게 실수를 저질렀고, 예의 바른 행동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그래서 계손 집에 얹혀사는 선비들이 자기를 얕본다고 생각해 원망하면서 계손을 죽였다.
공자의 제자인 남궁경자가 안탁취에게 이렇게 물었다.
"계손이 공자를 따르던 이들을 거느리고, 조복을 입고 예의를 갖췄는데, 선비들과 원수가 된 것은 왜 그런가?"
이에 안탁취가 대답했다.
"옛날 주나라 성왕은 가까이에 배우와 악사를 두고 기분을 풀었지만, 정사는 군자들하고만 의논해 결정했소. 이것으로 능히 바라던 천하를 이룰 수 있었소. 그러나 계손은 공자를 따르던 무리를 거느렸으나 배우나 악사들과 함께 정사를 결단하니 이렇게 원수가 된 것이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소. 일의 성패는 함께 노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도모하는 자에게 달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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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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