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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사설] 여야와 기재부의 밀실 예산 거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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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 없다” 기재부 주장 설득력 없어





소소위에서 증액 100% 감액 90% 결정돼





막판 예산심사의 투명성과 책임성 높여야



매년 국회의 예산안 심의 막판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있다. 이른바 ‘쪽지 예산’이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과 국회의 예산 심의 초기에는 없었다가 막바지에 끼어든 지역구 민원 예산을 가리킨다. 여야 예결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료 등 극히 일부만 참여하는 비공식협의체인 이른바 ‘소(小)소위’에서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여야가 주고받기로 민원성 예산을 나눠 먹는다. 회의록도 없다. 밀실 심의는 부실 심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쪽지 예산’ 비판도 연례행사가 됐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쪽지 예산은 없다”는 입장을 2016년 당시 박춘섭 예산실장(현 경제수석) 시절부터 고수하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기재부는 국회의 예산심의 단계인 대정부 종합 정책질의, 부별 심사,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예산증액 사업을 묶어 예결위 소위 심사책자에 반영한다. 이후에 비공식적으로 제기되는 예산만 ‘쪽지 예산’으로 정의한 것이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심야 예결특위나 상임위에서 잠깐이라도 거론된 지역구 민원 예산은 ‘쪽지 예산’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결국 소소위에서 밀실·부실 예산으로 낙점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올해도 법정 기한(12월 2일)을 넘길 것 같다. 대통령실 예산과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예산 감액과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쟁점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의 견해차가 크다. 정부와 교육청이 한시적으로 분담해온 2조원의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내년부터 모두 교육청 예산으로 돌리려는 정부·여당과 3년 더 지원해달라는 교육청·야당의 샅바싸움도 이어졌다. 학령인구 감소와 내년 72조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넉넉한 교부금 사정을 감안하면 교육청이 더 부담하는 게 순리에 맞는다.

이런 쟁점 예산은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라도 받는다. 하지만 ‘쪽지예산’은 예산이 통과되고 의원들이 자신들의 ‘실적’을 지역구에 플래카드로 내걸 때까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감사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국고보조금 편성 및 관리 실태’는 ‘쪽지 예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자체가 의원실을 통해 민원을 하거나 의원실이 독자적으로 요구해 국고보조금 명목으로 2021~2024년 국비 2520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이미 지방으로 이양된 사업이라 국비 지원의 근거가 없는데도 막판 예산 합의 과정에서 통과됐다.

감사보고서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감사원은 소소위의 투명성과 책임성 부족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회의 예산 심의에 대해 “국회 증액 요구사업은 소수만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기재부는 예산실 내부회의를 통해 증액 동의 여부를 검토·결정하면서 예산편성 과정의 정치적 성격과 기밀성을 이유로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됐다”고 평가했다. 2024년도 예산의 경우 증액 심의의 100%, 감액 심의의 90%가 비공식 협상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예산 심사와 결정 프로세스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국회와 기재부는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소소위 회의록을 남기면 이익단체 등의 압력 때문에 오히려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긴 하다. 회의록을 남기되, 외교문서처럼 나중에 공개하는 방안도 있다. 후세가 지켜본다면 노골적이고 염치없는 예산 따먹기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여야가 소소위에서 밀실·부실 예산을 짬짜미하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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