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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어차피 野 못막아" 출석도장만 찍었다…與 적나라한 무기력증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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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은 대통령 거부권에만 기대는 여당의 ‘학습된 무기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상임위 법안 심사 단계부터 여당 의원 절반이 불참했고, 농업 4법 본회의 표결 중 자리를 비운 의원도 있었다. 당내에서도 “‘어차피 막아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가 당을 엄습했다”(중진의원)는 자조가 나왔다.

중앙일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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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말은 요란했지만…본회의 표결은 불참한 의원



말은 요란했다. 28일 본회의를 앞두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농업 4법에 대해 “농망 4법”이라며 “농산물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켜 농업인과 국민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는 입장을 내 규탄했다. 원내 지도부는 농업 4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것만 보면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로 농업 4법에 대한 반대 의지를 불태우는 듯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실제 행동은 달랐다. 농해수위 소속 조경태 의원은 농업 4법 중 마지막 순서로 올라온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표결 전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문금주 민주당 의원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농안법을 두고 찬반 토론을 벌이던 중이었다. 당내에서는 “농해수위 소속 의원이 규탄 입장까지 내놓고 본회의 투표도 안 한 건 부적절하다”는 뒷말이 나왔다.



②상임위 표결도 불참, ‘與3 野9’ 대결



여당의 무기력증은 본희의 전 상임위 단계에서도 감지됐다. 가뜩이나 의석수가 부족해 ‘일당백’ 활약이 필요한 농해수위 전체회의였지만, 여당 의원의 출석률은 민주당보다 저조했다. 21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농업 4법 표결 직전까지 자리를 지킨 여당 의원은 7명 중 이만희·정희용·서천호 의원밖에 없었다. 박덕흠·이양수 의원은 출장 때문에, 김선교 의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청가서를 제출하고 불참했다. 조경태 의원은 전체회의에 참석했지만, 회의 중 자리를 비웠다.

반면 민주당은 농해수위 소속 11명 의원 중 출장으로 불참한 문대림·이병진 의원을 제외한 9명이 표결까지 자리를 지켰다. 약 4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남은 여당 의원들은 “절차와 정당성 모두 아쉽다”(이만희), “협의도 없이 안건을 올렸다”(정희용), “농정 역사의 흑역사”(서천호)라고 맞섰지만 9대 3이란 수적 열세를 뒤집을 순 없었다. 결국 남은 여당 의원이 항의 차원에서 표결에 불참한 상황에서 야당은 손쉽게 농업 4법을 통과시켰다.

이보다 앞서 열린 농해수위 법안소위 회의도 사정은 비슷했다. 박덕흠·김선교 의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이만희·정희용 의원이 6명의 야당 의원을 상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불참한 여당 의원들은 저마다 사정을 얘기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위해 전체회의 날짜를 기습적으로 정해버려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의원 수로 밀어붙이는데 어쩔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거대 야당의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여당의 결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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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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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출석 도장만 찍는다…무기력 與 현주소



다른 상임위에서도 이런 무기력증은 자주 목격됐다. 특히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는 상임위 소위원회에서는 출석 도장만 찍고 자리를 비우는 여당 의원이 적잖았다. 9월에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예결소위에서 김은혜·서범수 의원의 공식 질의는 단 한 차례도 기록되지 않았다. 출석 도장을 찍고 도중에 이석한 탓이다. 김소희 의원도 14일 8시간 동안 이어진 환경노동위원회 예결소위에서 출석만 한 뒤 이내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9일 농업 4법 등 민주당의 6개 법안에 대해 “위헌적인 악법”이라며 “대통령께 재의요구를 정식 건의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 거부권이 25번이나 행사되는 동안, 여당은 국회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야당에 맞섰을까. 국회를 상대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 사이에서는 “여당에 의지할 수 있는 의원이 몇 사람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여소야대를 핑계로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기대는 패배주의가 당에 만연한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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