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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 (목)

[사설] 우방 압박하는 ‘트럼프 독트린’, 우린 대비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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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에 25% 관세 폭탄을 위협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자며 조롱하자 정치적 위기에 몰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6일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과거 백악관에서 회동하던 장면.[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멕시코·덴마크·파나마 때리기





취임 앞두고 영토·관세 등 노골적 압박





한국도 각종 리스크 대비 만전 기해야



오는 20일 취임식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멕시코·덴마크·파나마 등을 겨냥해 노골적 영토 압박을 가하고 해당 국가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제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의 공세적 개입주의 행보는 신고립주의적 대외 정책을 펼 거라던 당초 예상을 깨는 것일 뿐 아니라 ‘제국주의 세계관’을 연상케 하는 것이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동맹과 전통적 우방조차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는 행태는 국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전략에 따른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 당해 헌법재판소 심판을 기다리는 대한민국 입장에선 예상을 뛰어 넘는 중대 리스크를 만난 셈이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25%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재임 9년 만에 전격 사퇴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말 마러라고를 방문한 트뤼도에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어떤가”라며 조롱했다.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에 강한 불만을 토로해온 트럼프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며 멕시코를 자극했다.

트럼프의 캐나다·멕시코 때리기는 의도적 도발 성격이 다분하다. 2018년 개정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재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란 해석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파마나 운하 소유권을 회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중국이 압박 카드로 쓰는 희토류가 많이 매장된 그린란드(덴마크 자치령)를 미국 영토로 매입하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는 파나마와 그린란드에 대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캐나다와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어서 미국의 동맹인데도 트럼프는 과거의 제국주의적 영토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세계 경찰국가 역할엔 관심 없지만, 미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산적(Bandit)’ 행태도 마다치 않겠다는 공격적 ‘트럼프 독트린’이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을 뿐, 12·3 계엄 이후엔 한국에 대해 공개적 언급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거친 언행은 언제 한국을 겨냥할지 모른다. 한국전쟁 이래 70여년 간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이니 관대하거나 온정을 베풀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는 한국을 “Money machine(현금인출기)”이라며 압박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개정, 북한과의 직거래 협상 재개, 중국 포위 공세 동참 등 언제든 한국에 큰 부담이 될 카드를 뽑아 들 수 있다고 전제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답답한 것은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한국의 정치 리더십은 사실상 부재 상황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고,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총리는 탄핵당했다. 이어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북한의 일상적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 유지 및 위기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선 트럼프 취임식을 전후해 가용한 외교·안보 라인과 재계·종교계 등 민간의 역량을 집중시켜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한·미 동맹 강화가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한·미 양국 번영의 초석”임을 미국 측에 인식시켜야 한다. 여야는 여기에 초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비상한 외교가 필요한 비상시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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