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죄는 초기엔 분명치 않았지만 갈수록 의혹이 짙어지고 있어 수사가 필요하다. 국군 드론작전사령부가 최근 내부 자료를 대거 폐기한 정황이 공수처에 포착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군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가운데 국지전 도발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구실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공소장에는 계엄 직전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거짓말로 장병을 동원한 사실도 적시됐다. 정보사의 북한 군복 구입, 북파공작원 동원을 주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서해 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메모 등 규명할 의혹이 많다.
그 와중에 국방부는 군이 북한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 행위를 중지하라”는 입장을 냈다. 국방부 수장과 주요 군사령관들이 대거 내란에 가담해 구속된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 상명하복으로 움직이는 군 조직에서 군통수권자와 국방장관의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대북 정책이고 불법적인 외환유치 시도가 있었는지는 엄정한 수사로 밝혀야지, 국방부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니다.
국가안보는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 없이 튼튼해질 수 없다. 이번 사태로 군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신뢰는 국방장관 이하 가담자들을 외과수술하듯 도려냈다고 회복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군이 이번 내란·외환죄 수사에 적극 협조해 그 전말이 밝혀지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 개혁을 한 뒤에야 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군의 정상적 활동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상황을 만든 게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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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한국군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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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장한 한국 무인기의 비행 경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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