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09 (일)

"금리 내리는게 당연하지만"…침체 우려에도 숨고르기,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리인하 사이클은 여전, 한 차례 숨고르기

머니투데이

올해 첫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1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환율 불안 등으로 기준금리를 종전 3.00%로 동결했다. /사진=임한별(머니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 수준을 의식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동결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촉발한 '환율 충격'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컸다는 분석에서다.

경기 둔화 측면에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대내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난 뒤 금리를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신(新)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확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수준인 3.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의 의견이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로 꼽히는 신성환 금통위원은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표면적으로는 금통위원 결정이 5대1로 쏠린 듯 보이지만 논의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금통위원 6명은 모두 '3개월 내에는 기준금리를 현수준인 3%보다 더 낮게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견은 한분만 냈지만 내용적으로는 '5대1'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의견이 많았다"며 "모두가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금리는 경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에 영향을 준다"며 "이번에는 특히 환율 등 대외균형을 더 보고 확신한 뒤에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뛴 점이 결정적으로 이번 동결의 이유가 된 셈이다. 한은은 계엄사태 이전 140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470원까지 오른 데 있어서 30원 정도는 정치적인 이유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윤선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달 인하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이 총재는 "성장의 하방 위험이 증대될 만큼 기준금리 추가 조정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본다"며 "그때 그때 상황 변화는 보겠지만 인하 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한은이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그만큼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는 방증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계엄 여파로 소비와 내수, 건설경기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2%이거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이 전망한 4분기 성장률은 0.5%였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이 총재는 0.4%로 하향 제시했고, 이를 반영해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1%로 예상했다. 4분기 성장률에 따라 연간 성장률도 더 하향될 여지가 있다. 이는 올해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향후 금리인하 속도와 폭을 좌우할 제일 큰 변수는 탄핵 심판 등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적으로 진행될지 여부다.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경기 전망과 원/달러 환율 흐름이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지금 우리 경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정치 프로세스의 안정적 진행과 경제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이라며 "금리 25bp를 한 달 먼저 내리고 다음에 내리는 것보다 지금은 정치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