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핵심 기술진, "MBK·영풍 적대적 M&A 시도에 반대"
![]() |
고려아연 임시주총 핵심 안건 현황/그래픽=이지혜 |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의 표심을 가를 국민연금의 결정이 나온다. 임시주총 핵심 안건에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주총 당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의 '우군'은 물론 캐스팅보터 격인 외국계 기관의 결정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4.5%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 책임위원회를 열어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안건 중 오는 23일 열릴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승패를 가를 핵심은 △집중투표제 도입△이사 수 상한 설정에 관한 건 두 가지다.
이 가운데 경영권 방어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안건은 이사 수 상한 설정의 건이다.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건 고려아연측 안건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가 최 회장측 11명(임시주총일에 사임하는 1명을 미리 반영한 인원)과 MBK·영풍측 1명 등 총 12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임시주총을 통해 신규선임할 수 있는 이사의 수는 7명으로 한정된다. MBK·영풍측이 이 7명을 모두 가져간다 해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 안건만 통과돼도 최 회장측은 일단 임시주총에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의 건은 이사 수 상한 설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판이자 임시주총 이후 정기주총도 대비한 경영권 방어 포석이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신규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주고 양측의 후보가 몇 명이든 한 번의 투표를 통해 다득표 순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소수 주주라도 선호하는 일부 후보에 표를 몰아줘 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현재 지분율이 MBK·영풍보다 7%포인트 가량 뒤처진 최 회장측이 MBK·영풍측 이사회 진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다. 이번 임시주총에 양측이 신규 이사후보로 올린 인원은 MBK·영풍 14명, 최 회장측 7명으로 총 21명이다.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부결되면 이 가운데 최대 14명을 신규 선임하게 된다. 이 경우 최 회장측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신규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추가하면 기존 11명 이사진을 더해 이사회 과반을 지키게 된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모두 현재로선 임시주총에서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우선 집중투표제 도입 표결의 경우,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주주별로 최대 3%의 지분율 까지만 표결에 사용할 수 있는 '3% 룰'이 적용된다. 특수관계인 다수가 지분을 쪼개서 들고 있는 최 회장측이 유리하다. 하지만,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입 반대)와 글래스루이스(도입 찬성)의 의견이 엇갈린 만큼 현재 8%(국민연금 지분율 제외)의 소액주주 지분 대부분을 나눠 들고있는 외국계 기관이 어떤 표를 던질지 미지수다. 통상 외국계 기관의 표심은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를 따른다.
이사 수 상한 설정 표결의 경우엔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찬성 입장이어서 외국계 기관의 지지를 받긴 수월해 보인다. 하지만 이 표결엔 '3% 룰'이 적용되지 않아 고려아연 지분 약 41%를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MBK·영풍측 의도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정관 변경 안건이어서 통과를 위해선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처럼 두 건 모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오는 17일 국민연금의 선택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지난해 3분기 7.49%였던 국민연금 지분율은 현재 4.5%로 줄었지만 여전히 작지 않은 비중인데다 기업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임시주총 참여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히 현대차와 LG화학, 한화 등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실제 주총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며 "이에 앞서 국민연금의 결정이 추후 이들 우군의 선택에 명분이 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결정을 앞두고 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한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은 성명을 통해 "MBK·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미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과 원팀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임직원들도 MBK·영풍의 적대적 M&A를 우려했다. 이날 고려아연이 내놓은 임직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90.7%, 916명)은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글로벌 브랜드로서 신뢰도와 역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