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입법기구 질문에 사실상 답변 회피…국회 무력화, 탄핵심판·내란 형사재판 주요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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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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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해체하고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판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가운데 하나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구속영장 발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심사 종료 직전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창설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비상입법기구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지시사항이 담긴 쪽지를 건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기된 문제다. 윤 대통령이 건넨 쪽지에는 이와 함께 국회 관련 보조금과 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지시가 담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17일 국회에 출석해 이와 관련,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사항 같은 것으로 느낌을 받았다"며 "딱 보니까 비슷한 문건이길래 '이거 우리가 무시하자' 해서 덮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을 포함해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최 부총리에게 건넸다고 적시했다.
차 부장판사가 영장심사 막바지에 이에 대해 묻자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말 계엄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충 선포하고 국회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고 순순히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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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에 군인들이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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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장판사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 기능을 대신하는가',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고 거듭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총을 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군 지휘부의 진술에 대해선 "수사 경험을 비춰보면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는 심사를 마친 뒤 8시간 뒤인 이날 새벽 2시50분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보면 윤 대통령이 풀려나면 현직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계엄 관련 핵심가담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입법기구와 관련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한 게 구속영장 발부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정치 행위 금지를 담은 포고령 1호 논란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이 잘못 베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국회 활동 무력화 혐의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뿐 아니라 형사재판에서도 내란, 국헌문란 혐의를 가를 쟁점 사안으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47일만,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한 지 나흘만이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구속영장 발부로 윤 대통령은 최장 20일 동안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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