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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금)

이재명 "반도체법 주 52시간제 유연성 부여는 나름 합리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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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반도체특별법 토론회 주재

지지층 반발에도 우회전

당내 일각 전향적 결정 우려도

양대 노총 "李, 논의 중단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R&D)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라는 주제의 정책 디베이트(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 분야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과 관련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도 "고소득 전문가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반도체특별법은 그동안 R&D 직군의 주 52시간 상한 예외를 놓고 산업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산업계 입장을 고려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초과 근무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민주당은 ‘특정 업종에 국한된 예외 규정은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노동계 입장을 근거로 반대해 왔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근로시간 문제에 대해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듣겠다"며 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어느 한 시기에 압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인가"라고 직접 질문하며 그간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해명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총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노동법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은 특별법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특정 시기에 집중해 일하고 쉬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자는 것인데, 이 정도면 저도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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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준 성과 어려워" vs "숙련 인력 확보 먼저"…각계 의견 엇갈려
회의에 참석한 산업계 및 학계·노동계 인사들 간 의견은 엇갈렸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중심의 산업으로, 기술 개발이 있고 그 중심에 연구자가 있는데 시간을 기준으로 연구·개발을 하면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재범 SK하이닉스 R&D 담당 역시 "고객이 요구한 메모리를 공급하고 평가 시 문제가 발견되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원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대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기업 경쟁력을 노동자의 근로시간 탓으로 돌리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의 노동력 착취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이 아닌 숙련된 인력 확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를 비판해 온 민주당과 이 대표가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자기모순"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노동시간 규제 완화까지 윤석열과 다를 바 없는 정책 행보를 보이는 이 대표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역시 이날 오전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노동시간 적용 제외 도입 논의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법정화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법률안 폐기를 요구했다.
민주당 내부도 이견…"특별법 아닌 근로기준법에서 논의해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관한 당내 우려의 시선도 감지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R&D 주 52시간 상한 예외에 대해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장시간 노동 환경에서도 하이닉스의 경우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한 적이 없고, 실적은 좋았다. 근로시간 때문에 (경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적용 여부를 다루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국회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논의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해야지, 특별법에서 근무 형태를 다루기 시작하면 모든 법에서 특별법에 특별조항을 넣어 근로기준법이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대표가 전통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논의를 직접 꺼내는 데는 최근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강조한 우클릭 행보와 연관이 깊다. 그가 올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 확보를 위해 꾸준히 보폭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올해 들어 정책 디베이트를 통해 당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날 토론회 이후 이 대표가 기존 정책 기조에 대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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