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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금)

‘현금으로 세금 환급’ 한국판 IRA, 위기의 K-배터리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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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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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선 국내 이차전지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 논의를 시작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은 정부에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을 놓고 찬반이 분분하다.



국회 이차전지 포럼 대표인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주최한 ‘K배터리 퀸텀점프를 위한 이차전지 배터리 직접환급제 도입 토론회’에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담당 과장이 한 데 모였다.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 불리는 ‘직접환급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와 정책적 불확실성,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국회와 정부, 업계가 지원책 마련에 머리를 맞댄 모양새다.



업계 요구의 핵심은 기존 세액공제 혜택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차전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있어 인건비와 재료비 등 연구개발(R&D)비용 일부와 설비 투자비에 대해 각각 30~50%, 15~29%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세액공제 방식인 탓에 사업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영업적자를 내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태반인 터라 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금액을 법인세 감면 대신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법인세를 낼 만큼 이익이 날 때까지 세액 감면 혜택을 크레딧 형태로 적립해 이연할 수 있지만, 당장 설비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연 제도보다는 직접 환급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쪽 요구다.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상 투자세액공제와 생산세액공제, 첨단세액공제를 직접 현금으로 환급해주거나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허용한 미국의 선례를 따르자는 것이다. 배터리셀 제조사들은 그간 이연된 크레딧을 현금으로 받으면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영업적자 폭이 커지며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를 지연하거나 축소하는 기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셈이다.



이상수 엘지(LG)에너지솔루션 세무 담당은 “돈이 없어서 회사채나 차입으로 투자비를 조달해 매년 1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세액공제 기본 취지가 사내유보를 통해 재투자를 유인하는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워 미래 세수에 보탬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이날 “기술 패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향후 30년 반도체를 능가하거나 맞먹는 이익을 누가 가져갈지가 좌우될 것”이라며 “당장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력을 갖춰 3년 안에 현금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이차전지에 국가 재원이 우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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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도 이런 위기 의식에 공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이차전지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업계와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에는 국가전략기술 산업의 세액공제 방식을 직접 환급과 양도로 확대하는 내용 등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된 상태다. 신영대 의원은 “2025~2026년 상황은 대한민국 정부 기조가 정책적으로 바뀌어야 될 시점”이라며 “중국, 미국 등은 정부가 보조금을 직간접적으로 주는데 대기업이니까 에스케이(SK), 엘지(LG), 삼성은 알아서 하라고 할 상황은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의 시에이티엘(CATL)은 2023년 한 해에만 중국 정부로부터 1조원 넘는 보조금을 받았다.



다만 특정 업계에 사실상 보조금에 가까운 현금 지원을 하는 데 대한 정부 부담이 커 이 같은 논의가 정책적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문건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미국 등에서도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세액공제 환급·양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 여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예산편성권을 우회해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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