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5 (토)

“트럼프 협박이면 안 되는 게 없네”…멕시코·캐나다 이어 파나마까지 항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나마, 압박에 백기투항
美 정부선박 통행료 면제
加·멕 항복 사례 잇따라
국제 기구 흔들기 확산
1기 재임시절 효과 학습


매일경제

마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잔혹함과 공포 조장 등이 더 신뢰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정치에서 입증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높다는 이유로 파나마 운하 운영권 환수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압박을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나마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서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미국 정부는 연 수백만 달러를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국방부도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통화해 파나마 운하의 방어를 포함한 안보상 이익을 양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 통제·운영이 주권 문제에 속한다고 맞서 온 물리노 대통령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물러난 셈이다. 파나마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2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파나마를 방문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이후 파나마 정부는 홍콩에 기반을 둔 항구 운영 회사 허치슨 포츠 피피시(PPC)와 맺은 계약을 취소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1914년 개통한 파나마 운하는 수십 년간 미국이 관리·통제하다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였을 뿐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미국인 3만8000명이 희생될 정도로 힘들게 완공시킨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이를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파나마가 중국 공산당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홍콩계 회사에 2개 항구 운영권을 맡긴 것이 미국과의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국제 사회 규범에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따라하는 지도자가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WHO 탈퇴를 선언한 것과 빼닮은 것이다. WHO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에서도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보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외교 선물을 받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도 국제기구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에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UNHRC)를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정치’에 반발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가자지구에 욕심을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해 더 큰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에서 “강제 이주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또 다른 고통과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국제법을 가르치는 마리아 버래키 박사는 가디언에 “학자이자 국제법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충격을 받았다”며 “국제법을 고려하지 않는 국가원수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조차 ‘반트럼프’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공포정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자국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각각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양국으로부터 마약·이민자 단속을 위한 국경 강화 조치를 얻어낸 뒤 지난 4일 관세 부과를 한 달간 보류했다.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던 콜롬비아는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태운 미국 군용기의 착륙을 불허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위협을 받고 꼬리를 내렸다.

주요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키아벨리식 공포정치는 지난 1기 때도 외교·안보 지형에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그리고 세계가 본 적 없는 강력한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당시 압박에 대해 포린폴리시는 트럼프식 ‘매드맨(Mad Man)’ 전략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핵실험 중단과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 가시적 변화를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포린폴리시는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끌어낸 것을 매드맨 전략이 통한 현실 사례로 꼽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한국을 상대로 “내가 미쳤다고 말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했다. 미국 대통령이 통제 불능 상태로 즉각 협정에서 탈퇴할 가능성 등을 상대국에 알리는 ‘최대 압박’을 가하는 협상 기술을 부렸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이성적인 이유로 비이성적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조명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