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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호수 위 달그림자 쫓아" "탄핵공작"…尹, 헌재를 지지층 결집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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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심판 3~6차 변론기일 모두 출석해 발언

비판 여론에도 지지층 결집, 여권도 동조 효과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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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超甲)"(1월21일)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쫓아"(2월4일)
"12월 6일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걸로 보인다"(2월6일)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6차 변론기일에 빠짐없이 출석하며 과감하게 발언하고 있다. 주요 발언을 보면 '탄핵 공작'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상계엄 취지를 정당화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은 변론기일에도 발언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변론을 넘어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론도 거세지고 있다.

尹, 계엄 필요성 주장…반대 주장엔 직접 반박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구치소로 면회 온 윤상현·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헌재에 나가보니 곡해가 돼 있었다"며 "헌재 나간 게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에서 내란 혐의가 실체가 없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곧바로 해제했기 때문에 전혀 피해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계엄이 신속하게 해제됐기 때문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부터 '탄핵 공작'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당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체포하기 위해 체포조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여당에서도 탄핵 논의가 시작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은 6일엔 "12월 6일 홍장원의 공작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4일에는 "12월 6일 아침 기사부터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를 잡아넣으라(고 했다) 이런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탄핵부터 내란 무리니 모든 프로세스가 12월 6일 (홍 전 차장의) 메모가 국회에서 박선원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된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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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 등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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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체포조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검거니 위치추적이니 하는데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는커녕 위치 추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인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엔 "저는 사람이란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에는 "한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라거나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나"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모습 드러내 지지층 결집, 與 의원들도 '탄핵반대'

윤 대통령이 수감 중에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 강한 어조로 발언을 쏟아내자 지지자들과 여권도 반응하고 있다. 헌재 탄핵심판은 생중계는 아니지만 영상이 곧바로 공개되기 때문에 누구나 변론 장면을 볼 수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참여한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온라인 모집 5일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 여론전을 통해 헌재를 압박하는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초반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고심하던 여당도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헌재 방청을 가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8일 보수 심장인 대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도 여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되고 수감됐지만, 특별사면 후 지금도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나"라며 "윤 대통령도 콘크리트 지지층의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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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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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이상민·조지호·김봉식 증인신문…20일 형사재판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직접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은 증인들과 진실 공방이 벌어지거나 발언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오는 11일 7차 변론기일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13일 8차 변론기일엔 조태용 국정원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등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헌재가 8차 변론 이후 추가 기일을 몇차례 더 지정한 뒤, 3월 중엔 선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을 대면조사 없이 기소한 검찰도 탄핵심판 변론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관계자는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게 아니라 헌재 탄핵심판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변론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온다면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내란 혐의 형사재판은 오는 20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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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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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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