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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25% 철강 관세, 미 철강업 살리려다 제조업 다 죽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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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5년 2월11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한 철강 회사에서 노동자가 철강 롤 앞을 걸어가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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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계획대로 다음달 ‘철강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철강 수입품 상당량의 가격이 25% 뛰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처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 내에서도 “제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가 미국 경제에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미 정부도 철강 제품 수출국과의 협상장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된 뒤 철강을 포함해 다른 품목과 함께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2일 미국 철강 관세 제도와 미국 철강협회 통계를 비교해 보면, 지난해 미국의 총 철강 수입량 2886만톤 중 약 76.7%(약 2213만톤)에는 관세가 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요 철강 제품 수출국도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쿼터제(수입제한물량) 등의 면세를 적용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1기 집권 때인 2018년 미 정부가 ‘25% 관세’ 계획을 내놓은 뒤 개별 철강 제품 수출 국가와의 협상을 통해 다양한 ‘면세 제도’가 운용 중이다. 캐나다·멕시코·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무관세, 한국·브라질·아르헨티나는 절대쿼터(합의된 물량까지만 수출 가능 및 무관세), 유럽연합(EU)·일본·영국은 저율관세할당(합의된 물량까지 무관세, 초과는 25%)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캐나다는 656만톤, 브라질 419만톤, 멕시코 352만톤, 한국 263만톤, 일본 125만톤, 영국 50만톤을 관세 부담 없이 미국에 팔았다. 유럽연합의 무관세 물량은 총 330만톤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예외 없이”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연간 총 수입량의 약 76.7%, 2천여만톤(지난해 기준)의 수입산 철강 제품에 25%의 세금이 붙는다. 미국산 철강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관세가 새로 붙는 수입산 철강 물량이 상당량인 탓에 미국 내 평균 철강 제품 가격도 뛰어오를 공산이 농후하다. 철강을 소재로 써야 하는 자동차·가전 등 미국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소수(철강)를 위해 다수(제조업 전반)를 희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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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직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은 우리 정부는 미 정부의 관세·무역 정책과 전략을 충분히 모니터링한 뒤 협상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아직까지 미 상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국회 인준 절차를 밟고 있는 등 협상 상대 진용이 정해지지 않은 점도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의 관세도 거론하고 있는 만큼 건건이 대응하는 것보단 향후 패키지로 묶어 협상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며 “아직 협상 상대방도 모두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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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11일 미국 워싱턴 디시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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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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