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법원은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추진하는 전국위원회 개최가 부당하다며 김문수 후보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당의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정당에서 자율적으로 풀라는 취지였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측은 9일 밤 단일화 협상을 했지만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문제의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후보 교체 과정에서 국힘과 후보들은 정치의 막장과 바닥을 다 보여줬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 때 후보가 되면 즉시 단일화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한덕수 후보는 왜 국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을 자초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단일화 담판을 하겠다며 이 모습을 야외 생중계하더니 말싸움만 하다 헤어졌다. 정당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법원에 가져가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도 딱한 모습이다.
김 후보 선출 이후 처음 열린 국힘 의원총회도 다르지 않았다. 김 후보가 “강제 단일화에 반대한다”고 하자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실망스럽다”고 했고, 두 사람 모두 의총장을 떠났다. 김 후보 측은 오후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발표했지만, 홍 전 시장은 “나는 이미 국힘에서 나왔다”며 김 후보 측 발표를 부인했다.
단일화는 이재명 후보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려면 지도부의 전략과,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희생하겠다는 후보들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게 단일화다. 그러나 지금의 단일화는 이런 요건 중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단일화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다 한들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혐오만 키울 뿐이다. 무능과 추태의 바닥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만 참담할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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