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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데 실패했던 옛 소련의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가 10일 오후(한국시각)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위성을 묘사한 그림. 유럽우주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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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데 실패했던 옛 소련의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가 10일 오후(한국시각) 지구로 추락한다.
우주 잔해물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은 코스모스 482호가 10일 오전 2시7분(한국시각 오후 3시7분) 대기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우주군도 비슷한 시간대인 오전 1시52분(한국시각 오후 2시52분)으로 예상했다. 이 우주선을 수년간 추적해온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마르코 랑브룩은 오전 2시30분(한국시각 오후 3시30분)으로 예상했다. 랑브룩은 예상 시간의 오차 범위를 4시간으로 제시했다. 하루 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예상한 시점의 중간치는 10일 오전 7시30분(세계 표준시 기준, 한국시각 10일 오후 4시30분)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9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예상한 대기권 재진입 시간은 10일 오후 12시~24시 사이다.
53년만에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착륙선 ‘코스모스 482호’의 무게는 495kg, 크기는 1m에 이른다. 나사는 “이 탐사선은 금성 대기권 진입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본체가 다 타지 않고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탐사선엔 금성의 뜨거운 온도와 기압, 마찰열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해주는 방열판 등이 장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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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옛 소련의 금성 탐사선 베네라 8호 착륙선의 복제품. 코스모스 482호도 이 우주선과 같은 모양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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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위치는 북위 52도~남위 52도
랑브룩은 “질량과 크기를 고려할 때 충돌 위험은 운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국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영국 데일리메일에 “자동차가 공중에서 시속 150~300km 속도로 추락하는 것과 같은 충격일 것이나 사람이 피해를 볼 확률은 1만분의 1”이라며 “만약 충돌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누군가가 다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선 일부가 남아서 회수된다면, 이는 법적으로 러시아 소유가 된다.
8일 현재(미국 동부시각 기준) 추락 예상 위치는 북위 52도에서 남위 52도 사이다. 이 지역은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 대륙 대부분, 남위와 중위도 유럽, 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을 포함한다. 나사는 “대기권 재진입 시간과 위치는 앞으로 1일 이내에 더 정확히 파악될 수 있지만, 재진입 직전까지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우주물체 추적기업 레오랩스 수석기술연구원 대런 맥나이트는 뉴욕타임스에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첨벙, 쿵, 비명 세 가지 소리 중 하나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지구는 대부분 바다로 덮여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첨벙’ 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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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의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의 9일 오전 11시43분(한국시각 10일 0시43분) 현재 위치와 궤도 경로. 뉴욕타임스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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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482호의 비행 속도는 현재 시속 2만7천km이지만 대기권에 진입하면 대기 저항을 받아 속도가 떨어진다. 랑브룩은 지상 또는 해상 충돌시 최종 속도는 시속 240km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모스 482호엔 금성 상층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사용할 낙하산이 있었다. 랑브룩은 “하지만 지금은 낙하산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3월31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코스모스 482호는 나흘 전 발사된 금성 탐사선 베네라 8호와 동일한 본체와 임무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엔진 오작동으로 인해 금성 궤도에 도달할 만큼의 추력을 내지 못하고 지구 궤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우주선은 4개 조각으로 분리돼 일부는 48시간 후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분해됐고, 착륙선을 포함한 나머지 두 조각은 더 높은 ‘210x9800㎞’의 타원형 궤도로 상승했다. 착륙선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고도가 조금씩 낮아졌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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