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모든 비관세 장벽 없앨 것”
역성장·국채·달러 요동에 고관세 ‘유턴’
시진핑, 美 맞선 강한 리더 이미지 강화
중국 공장 중단에 항미연대 구축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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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각각 115%포인트 관세를 인하하며 극한 대립에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한 가운데, 양국 모두 이번 협상 결과를 자국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장 큰 성과는 중국 시장 개방”이라고 추켜세웠고,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강대강 대치는 ‘공멸’이라는 스스로의 약점을 노출한 양국 정상이 향후 90일간 후속 협상을 통해 큰 틀의 무역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고위급 협상 성과를 자랑하면서 “가장 큰 것은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 우리는 중국과 (무역)관계의 완전한 재설정을 이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고 없앨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그(비관세 장벽) 수는 매우 많지만, 나에게 가장 큰 것은, 문서화를 해야 하지만, 그들이 중국(시장)을 완전히 열기로 동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실제 비관세 장벽을 철폐할 것이라고 믿느냐는 질문엔 “그렇다. 그들이 이행할 것으로 본다. 그들은 그것을 너무나도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번 합의에 “이미 부과된 관세나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 또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번주 말 통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미중 관계는 매우 좋다. 우리는 중국을 해치려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공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큰 불안이 퍼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중국은 우리와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에 아마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對中國) 관세가 양국 간의 무역을 사실상 단절 상태로 만든 145%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아니다. 그것은 디커플링(분리·탈동조화)이다. 아무도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향후 90일간 양국의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현재 설정된 30%(기본관세 10%+펜타닐 관세 20%)보다 “상당히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여전히 부과하기로 한 20%의 ‘펜타닐(좀비마약) 관세’에 대해선 “그들은 이(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것)를 중단하기로 동의했다. 그리고 그들은 수백억 달러의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은 펜타닐 공급을 중단하면 큰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며, 그들이 약속한 대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전략적 필수품’ 디커플링(분리·탈동조화)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의 ‘전반적인 디커플링’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략적 필수품들을 위한 디커플링이다. (전략적 필수품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우리가 확보할 수 없었고, 효율적인 공급망이 회복력 있는 공급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자, 관영 매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은 이번 합의를 중국 측의 승리로 해석하며 중국의 협상 전략이 옳았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이 평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주요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이번 회담 공동성명은 균형 잡혔고 양국에 모두 이롭다”고 평가하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이 이른바 상호 관세를 남용한 뒤 중국은 처음으로 상호 관세에 반격한 국가였다”며 중국의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관세전쟁 격화로 스스로의 약점을 노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고율 관세로 1분기 역성장과 미 국채값 폭락(국채금리 급등), 달러 가치 약세, 인플레 우려를 키웠다. 중국은 내수·부동산 침체 속에 고관세로 인한 수출기업 직격탄으로 주문량이 급감, 공장 가동 중단이 속출하기도 했다. 또한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항하는 연대 세력을 구축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미국이 관세를 10% 인상할 경우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60%로 높이면 성장률이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에버코어 ISI의 네오 왕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특히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에 결실을 맺었을 수 있으며, 트럼프는 스스로가 자초한 경제적 고통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다가오는 회담이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은 “유예된 관세 인하를 영구화하려면 무역 거래가 필요할 것”라며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을 더 구매하든 미국에 투자를 하든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트럼프를 기쁘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은 중국이 펜타닐과 틱톡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틱톡 문제가 트럼프의 ‘진짜 목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145%의 관세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어지럽혔다”면서 “그 결과 중국에 경제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수개월만에 철회하며 미국의 통상정책이 세계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지만, 또한 그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가진 한계까지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이 무역전쟁으로 큰 고통을 받으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자, 트럼프가 대중국 고율 관세를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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