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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수)

‘고발 사주’ 무죄 손준성, 탄핵 심판서 “견디기 어려운 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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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일 2차 변론 열고 종결”

조선일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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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변론에서 “22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직 생활 중 공직자로서 법무를 잃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3시 손 검사장의 탄핵 심판 첫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동일 사유의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작년 4월 이후 탄핵 심판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대법원 판결이 나오며 1년여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헌재는 오는 20일 한 차례 기일을 더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변론은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 요지를 설명하고 손 검사장 측이 의견을 진술한 뒤 헌법재판관들이 양측을 신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손 검사장이) 여러 차례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했고, 이게 사실이라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심판은 손준성 한 명을 탄핵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권력의 통제 가능성과 법치주의의 실질적 실현을 국민 앞에 천명하는 중대한 시험대”라며 “대한민국 검사는 중대한 법 위반 시 언제든 파면될 수 있다는 원칙이 확인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손 검사장의 탄핵소추 사유는 2020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인사들을 고발해달라고 정치권에 사주했다는 것이다. 손 검사장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부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시민씨와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김웅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두 차례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의혹을 받았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는 2022년 5월 공직선거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손 검사장을 기소했고, 이후 2023년 12월 국회가 같은 이유로 탄핵을 소추했다.

손 검사장에 대한 형사 재판은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기소 3년 만에 결론이 났다. 앞서 1심은 손 검사장이 고발장 일부 내용과 첨부한 실명 판결문 등을 김 전 의원에게 유출했다고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손 검사장이 고발장을 직접 (김 전 의원에게) 보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직·간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이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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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고발사주의혹으로 탄핵소추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의 첫 정식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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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검사장을 대리하는 이동흡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이날 “공무상 비밀 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됐고, 직권남용에 대해선 무혐의 결정이 있었던 만큼 국회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주장하는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한 공소 사실이 무죄로 확정된 이상 탄핵소추 사유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기각돼야 한다”고 했다.

손 검사장 측은 ‘정치적 탄핵’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소추의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기각해서 20여년 간 성실히 검사로 근무한 손 검사장이 1년 6개월간 직무 정지된 사안을 해소해주시고, 국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손 검사장은 이날 직접 변론에 나서 혐의를 부인했다. 손 검사장은 “김웅 전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송한 사실이 없고,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대검 직원이나 그 어느 누구에게 고발장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2년 9월 언론 보도 후 사실관계 규명이 이뤄지기 전에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검사로 낙인 찍혔다”며 “저로선 견디기 어려운 모함이었다”고 했다.

또 “공수처 수사과정 중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소명 부족으로 기각됐고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이 나왔지만 기소됐다”며 “답을 정한 수사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형두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국회 측에 “확정된 형사 판결이 있는데도 피청구인(손 검사장)이 김웅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을 유지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국회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대행은 손 검사장 측에는 고발장을 전달한 메시지의 원본 작성자가 손 검사장이 맞는지 물었고, 손 검사장 측은 “메시지를 다른 데서 받아서 본인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발송했기 때문에 최초 발송자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부인했다.

헌재는 지난달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9명 중 2명이 공석인 7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을 인용할 수 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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