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계엄 당시 곽종근 통화 내용 증언
"큰 문제가 될 것 같은 생각에 휴대폰 메모"
尹, 국민의힘 탈당 이후 첫 공식석상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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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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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4차 공판에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의원 끌어내기에 대한 군 간부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두 번째로 법원 포토라인에 섰던 윤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네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12·3 불법계엄 당시 누군가와 통화하며 "문을 부수고서라도 (국회로) 들어가겠다"고 복창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국회 확보하라'에 "북한 관련 상황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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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시 4일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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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당시 누구와 통화하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증언한 적이 있다.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누군가로부터 헬기 출동 독촉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화의 상대방은 알지 못하지만 "추측하기로는 장관(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아닐까 했다"고 덧붙였다.
박 준장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이상현 1공수여단장 등 부하들을 향해 '유리창을 깨라'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라' '(계엄 해제) 표결을 못 하도록 의원을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 박 준장은 "너무 충격적인 지시라 (당시 배석해 있던) 정보처장, 작전처장과 눈이 마주쳤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증언했다. '국회를 확보하라'는 지시에는 "'북한과 관련된 상황, 적이 드디어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쪽으로 도발했구나'라고 받아들였다"고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이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 전까지 수많은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박 준장은 "옆에서 느끼기로도 (곽 전 사령관이) 매우 조급해하고 압박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국회에서 계엄 해제 표결 후) 좌절하는 모습 같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준장은 당시 상황을 휴대폰 메모로 기록해 두기도 했다. 작성 경위를 묻는 검찰 질문에 박 준장은 "엄청난 사건이었고 이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중요 워딩은 기록해 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형사책임을 가볍게 할 목적으로 증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메모를) 작성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직권남용 추가 기소에 "평화적 계엄"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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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변호인단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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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에서는 추가 기소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을 밝히는 모두절차도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직권을 남용해 군인과 경찰 등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무장한 채로 출동해 시설을 봉쇄·점거하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계엄의 불법성부터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사건 계엄은 평화적 계엄"이라면서 "실제 병력 투입 시간은 한두 시간으로 유혈 사태나 사상자, 체포자가 한 명도 없는 계엄으로 모든 과정은 방송과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는 점도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죄 구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고 수사 과정이 위법함이 명백해 공소기각이 명백해지자 검찰이 스스로 내란죄에 자신이 없어 추가 기소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포토라인선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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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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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기에 앞서 어두운색 양복과 붉은 넥타이를 착용한 채 두 번째로 법원 포토라인에 섰다. 17일 국민의힘 탈당 후 첫 공식석상이었지만 법원 출석과 퇴장 과정에서 쏟아진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재판이 끝난 후 '재판 진행 관련해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만 "변호인이 이야기하시죠"라며 짧게 답변하고 윤갑근 변호사를 바라본 뒤 차량에 탑승했다. 재판 진행 중엔 간단하게 메모하거나 변호인단과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거나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직접 발언하진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눈을 감은 채 재판에 임하자, 재판장이 "주무시는 것은 아니지요"라고 묻기도 했다.
당초 이날 공판에서는 이상현 1공수여단장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26일 오전 10시 15분에 열린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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