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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탁류’ 박지환 “비루함이 일상인 무덕 연기 어려워…함께여서 가능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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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오리지널 ‘탁류’ 마포나루터 왈패 役

    “늘 항상 모자랐던 연기, 추창민 감독이 채워”

    “연기는 혼자 아닌 함께…동료 살피려 노력”

    헤럴드경제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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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험악하기 짝이 없는 왈패 판에서 빠른 눈치 하나로 살아남았다. 가져본 것이 없어서 딱히 잃을 것도 없지만, 지킬 것이 있다면 질긴 목숨 하나뿐인 삶. “어렵고 힘들 때 서로 외면하는 게 왈패야”. 왈패들이 밥 먹듯이 외치는 구호는 그저 제 혼자 살아남기 바쁜 ‘무덕’ 그 자체다. 힘도, 의리도, 이렇다 할 뜻도 없다. 대단할 것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 마냥 밉지만도 않다.

    “무덕은 영물 같은 존재 같아요. 청룡인 척하다 지네 다리 하나 훔치고, 호랑이인 척하다 하이에나 이빨 하나 훔치고. 그렇게 동서남북의 영물들을 주워 허접하게 꿰맨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에서 마포나루 왈패 ‘무덕’을 연기한 박지환을 만났다. 지난 17일 최종화가 공개된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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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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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을 다했으니 궁금하지 않아요.” 늘 그랬듯 이번에도 자기 작품을 보지 않았다는 그는 “(촬영이) 너무 좋은 시간이어서 애써 마음을 주지 않고 정리하려고 했다”며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슬쩍 꺼냈다.

    극 중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의 ‘무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권력 앞에서는 비굴하게 무릎을 꿇지만, 일꾼들 앞에선 품삯도 아까워하며 행패를 부리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인물. 다 낡아빠진 누더기는 입었지만 마포나루에서만큼은 왕이고, 그래서 대단한 존재인 듯 보이지만 쌀밥 한번 먹기 힘든 어려운 처지다. 박지환이 탁류에서 선보이는 ‘연기 차력쇼’에는 이러한 무덕의 모든 것들이 녹아있다. 악랄한데 딱하고, 비루한데 또 우스꽝스럽다.

    “내 인생이 갑자기 떨어져야 비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사실 매일 그렇게 사는 사람은 그것이 평범한 거거든요. 무덕의 비애는 거기에 있는 거 같아요. 비루함의 평범성이랄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제일 고민한 것 같아요. 항상 부족해서 추창민 감독님이 더 넣어주시고, 만들어주신 캐릭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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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밑에서 사는 것도 사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며 살던 ‘무덕’은 그마저도 잃게 될뻔한 순간, ‘시율’(로운 분)이란 존재를 발견한다. ‘무덕’은 시율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를 빌미로 시율을 왈패 패거리에 눌러 앉힌다. 주먹 꽤 쓰는 시율은 ‘무덕’의 힘이 되는 것을 넘어 결국 무덕을 대장, 즉 ‘엄지’의 자리까지 밀어 올려버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율은 무덕이 만난 보물보다 더 한 삶의 구원이죠. ‘시율’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갑자기 ‘엄지’까지 가게 되는 과정이 두렵지만 놀이처럼 설레기도 했을 거고요. 결국엔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죠. 생각해 보면 시율은 무덕에게 맞지 않는 보물이었던 것이에요.”

    ‘무덕’을 필두로 한 마포 나루터 왈패 패거리는 혼탁한 ‘탁류’ 같은 세상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뭐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오늘만 살아간다. 저들끼리 와글와글 모여 울고 웃는 모습을 지켜보며, 절로 따라 울고 웃게 되는 것 또한 드라마 ‘탁류’의 매력이다. 박정표(왈왈이 역), 안승균(말복 역), 김철윤(중복 역), 윤대열(개춘 역) 등 이른바 ‘무덕패’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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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표는 제가 추천했어요. 그 친구 안 하면 안 하겠다고 했어요. 연기를 정말 잘하거든요. 무덕이가 잘 되려면 그런 친구들이 필요했어요. 승균이도 처음 봤는데 묘하더라고요. 철윤이도 엄청 건강한 사람이에요. 대열이 형은 말할 것 없이 저보다 품도 그릇도 넓은 사람이고요. 이들과 어떻게 잘 갈 수 있을까 서로 고민하면서, 함께한 순간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박지환은 촬영 현장에서 후배들을 잘 챙기는 편이다. ‘무덕패’들과 함께 연기할 때도 그랬다. 후배 배우들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놓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한 컷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대사 하나라도 더 할 수 있게 슬쩍 애드리브를 끼워넣기도 했다. “(후배들이) 도전적이고 멋있게 달려들어서, 감독님과 멋있게 만나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리듬감 넘치는 무덕패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박지환이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후배들이 약간 부담스러워서 연기를 미처 잘 못 끝내고 넘어간 것 같으면, 다시 가자고(촬영하자고) 말해주는 편이죠. 한 소리를 듣더라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들은 제대로 해야 하잖아요. 분량이 없을 때는 이런저런 대사들을 제안하는 식으로, 그 인물들이 죽지 않게 감독님과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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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천’을 연기한 배우 박서함은 첫 정극 도전에도 불구하고 종종 걸려온 박지환의 격려 섞인 전화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로운은 “내가 촬영장의 엄지였다면 지환이 형은 모두를 챙기는 검지였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늘 주변을 살피고, 동료와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태도는 스무살 때부터 박지환이 선배들로부터 배운 가르침이다.

    “스무살 때부터 연기를 배우면서, 선배들에게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어요. 혼자 연기할 거면 혼자하는 예술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연기는 너와 내가 만나서 우리가 함께하는 일이 잖아요. 그래서 동료든, 후배든 외롭지 않게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해요.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것을 공유해 나가려고 하는 것도 있고요.”

    박지환은 다작 배우다. 우스갯소리로 ‘틀기만 하면 나오는’ 수준이다. 보스의 ‘판호’로 스크린을 누비더니 어느덧 ‘북극성’의 강호세, ‘백번의 추억’ 노상식으로 안방을 찾았고,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는 주인공 서고명의 아버지로 깜짝 등장했다.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배우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 그가 걷고자 하는 길에 관한 질문을 건넸다. “모르죠, 저도.” 답은 빠르게, 쉽게 돌아왔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내가 잘 한다고 착각하지는 말자란 나름의 철칙은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제가 어디로 갈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가다 보면 어떻게 돼 있겠죠. 좋은 동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딘가에 가 있고, 그런 게 아닐까요. 사실 하고 싶은 역할도 없어요. 그저 최선을 다했냐, 그 생각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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