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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부세미’ 전여빈 “연기는 가치 있고 멋있는 일…살아있음을 느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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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A 월화드라마 ‘착한여자 부세미’ 주인공 ‘김영란’ 役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 갇혀있지 않으려 했다”

    “가성그룹과 무창 사이… 작품 중심 잡으려 노력”

    헤럴드경제

    [매니지먼트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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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4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착한여자 부세미’가 최종회 전국 기준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통상 채널의 흥행 기준이 시청률 4~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공이다. ‘착한여자 부세미’는 한 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 경호원 ‘김영란’이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다.

    최종회 방영 당일, 작중 주인공 ‘부세미’를 연기한 배우 전여빈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났다. 값진 흥행을 마주한 그의 얼굴에 한결 편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타이틀롤(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작품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 역할)이란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짐을 짊어지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걸어온 시간을 보상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뜨거운 여름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고생하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정말 이런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자화찬하며 열심히 만들어서 시청자께 보냈는데, 그 편지에 답장받은 기분이라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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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스튜디오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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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빈의 첫인상은 ‘모범생’이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 느낌은 확신이 됐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수수한 옷차림. 캐릭터를 잠시 벗고 온전히 배우 전여빈으로 앉은 그는 깊이 고민하고 준비한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이어갔다. 짧은 질문에, 잘 정리된 짧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고민만으로 해소되지 않은 예상 질문은 미리 작가에게 질문해 준비했다. 귀를 사로잡는 말주변도 놀랍지만, 그보다 남다른 준비성과 성실함이 더욱 빛나는 시간이었다.

    배우에게 ‘타이틀롤’은 흔치 않은 기회다. ‘흥행’에 대한 책임감이 유독 무겁기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전여빈은 “미리 알았다면 제목을 바꿔 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타이틀롤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작품을 다 찍고 나서 알았어요. 그게 업계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작품이 잘 되면 주인공을 맡은 배우에게 좋지만, 그게 아니면 부정적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그냥 타이틀롤이라는 단어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불필요한 긴장감이 있으면 연기가 굳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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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중 영란은 척박한 가정환경, 잔인한 사회의 시선 속에서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딸의 등골이나 빼먹는 엄마는 심지어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며 딸을 밀어내고, 잡을 곳 없이 외롭게 생존의 줄타기를 하던 그는 가성호 가성그룹 회장과의 결혼이라는 ‘독이 든 사과’를 받아 든다. 재벌 회장의 상속인이 됨과 동시에 그의 유산을 노리는 이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영란. 그는 시골 마을 무창으로 내려가 유치원 선생님 ‘부세미’로 위장해 몸을 숨긴다.

    김영란과 부세미, 그리고 왠지 서늘한 서울 가성그룹과 따뜻하게 그지없는 시골 무창. 극과 극을 오가는 설정과 배경 속에서 전여빈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중심’이다.

    “무창에서 배경과 캐릭터들의 톤이 다르고, 가성그룹의 톤이 다르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축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촬영 현장에서도 육체적이나 심리적으로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마음가짐과 행동에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제가 (분위기를) 끌어올려서 현장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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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작품을 향한 전여빈의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이 느껴졌다. ‘착한여자 부세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도 맞지만, 사실 전여빈은 작품을 할 때마다 비슷했다. “다음이에게 곁에 머물러줘서 함께해 줘서 고마웠다고,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7월 SBS ‘우리 영화’에서 전여빈이 자신이 연기한 ‘이다음’에게 전했던 짧은 종영 소감에서도 느꼈던 바다. 언제나 그는 작품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뜨거운 열정이 넘쳐흐른다.

    주어진 모든 작품과 역할을 가슴 깊게 새기고 배우란 직업을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전여빈은 너무 좋아해서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업으로 삼으며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배우) 일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고, 여기 있다는 것을 소리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가 여기에 생명력을 붙들고 있으니, 나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영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가치 있고 멋있게도 느껴졌어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그 감동과 열정이 아직 제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성숙하게 제게 잘 오랫동안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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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빈의 필모그라피는 누구보다 단단하다. ‘죄많은 소녀’(2017)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그는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얼굴 중 한명으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장편경쟁 부문 심사위원에도 합류했다. 뮤지컬 앙상블(합창 및 군무를 담당하는 코러스 배우), 독립 영화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 온 배우로서의 시간은 어느덧 상업작품 주연으로서 온전히 자리매김한 그의 연기 인생의 토대가 됐다.

    “선배들이 하는 뮤지컬 공연에 앙상블로 올라갔을 때, 바들바들 떨면서도 느꼈던 기쁨과 환희가 잊히지 않아요. 단편 영화, 독립 영화를 만났을 때도 그때의 기쁨에 취해서 작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여기까지 감사히 온 것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어떻게 하면 이 열정의 생명력을 길게 가지고 갈지 고민이 많은 요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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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 없이 달린 올해였다. ‘착한여자 부세미’ 촬영을 끝으로 전여빈에게 몇 달의 휴식기가 주어졌다. 소중한 방학을 어떻게 보내려나 했는데 “공부를 해보려 한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공부하는 시간이 (배우로서)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체력의 장이 됐으면 해요.” 그의 모든 시간이 오롯이 ‘배우’란 일을 향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정도로 진심이면 말리기도 힘들다.

    “올해는 정말 (작품을 하느라) 쭉 달렸잖아요. 작품을 하면 경주마처럼 그 인물로만 달리게 되거든요. 배우로서는 깊어질 수 있을지언정, 시야는 좁아져요. 이제는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몇 개월의 방학 동안 공연도 보고 여러 작품도 보면서 재미있게 공부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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