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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의 ‘양궁화’, 핏줄보다 진한 시스템…“서울, 아이돌의 성지될 것” [SS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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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서울

    캣츠아이. 사진 |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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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0여 년 전부터 올림픽 양궁 경기장에 한국인 코치진이 외국인 선수를 지도하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국 양궁의 선진 시스템이 전 세계로 수출된 결과다. 여전히 한국이 독보적이지만, 전 세계적인 수준 향상으로 예전처럼 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한다.

    최근 가요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목격된다. 한국인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돌이 한국어 가사가 없음에도 ‘K팝’이라 불리며 세계 무대를 휩쓰는 지점이다. 이는 K팝 육성 시스템이 전 세계에 침투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표적인 예가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걸그룹 캣츠아이다. 멤버 여섯 명 중 한국인은 단 한 명뿐이지만, 이들은 철저한 하이브의 육성 시스템에서 자란 열매다. 빌보드 ‘핫100’ 진입이라는 성과는 이 시스템이 미국 본토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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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스 브라보스. 사진 |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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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P엔터테인먼트의 걸셋(VCHA), SM의 영국 보이그룹 디어앨리스나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의 산토스 브라보스, 이수만 대표가 새롭게 설립한 A2O의 A2O MAY를 비롯해 과거 베이비복스를 배출한 DR뮤직의 블랙스완, 모모랜드를 키운 MLD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호라이즌도 있다. 대부분 외국인 그룹들이 K팝 특유의 군무와 팬덤 문화를 이식받으며 같은 맥락을 잇는다.

    ‘한국인 없는 K팝 아이돌’에 대한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고 있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K팝이 육성 시스템과 팬덤 비즈니까지 연결하면서, 거대한 산업의 표준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팝이 문화적 현상을 넘어 고도의 ‘문화적 침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과거 완성된 가수를 수출했다면, 이제는 그 제품을 만드는 공장과 매뉴얼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트레이닝뿐 아니라 팬 관리 및 관계 방식까지 포괄한다. 위버스, 버블 등 초밀착 소통 플랫폼과 성장 서사 공유 등 K팝 특유의 팬덤 비즈니스 모델이 현지에 적용돼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도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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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O MAY. 사진 | A2O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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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과정에서도 한국인 프로듀서가 높은 완성도의 ‘K팝 사운드’를 담당하고, 현지 작곡가가 로컬 감성을 결합하는 이른바 ‘글로컬(Glocal)’ 전략이 표준화됐다. 마치 태권도가 전 세계 도장에서 한국어 구령으로 가르쳐지는 것과 닮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만큼 부작용도 분명하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가혹한 육성 시스템 반감이나 K팝 고유 색채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강도 높은 연습생 생활, 외모 관리, 사생활 통제 등 한국식 완벽주의는 개인주의가 강한 문화권에서 ‘인권 침해’나 ‘획일화 강요’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 수출 과정에서 IP 소유권 및 수익 분배 구조가 복잡하게 얽히거나, 지나친 현지화로 K팝 특유의 실험적 색채를 잃고 평이한 ‘글로벌 팝’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 포화에 이어 월드투어 및 해외 페스티벌 역시 밑바닥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스템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K팝 시스템은 트렌드를 따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파괴를 통한 진화’를 거듭해야만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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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라이즌. 사진 | M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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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요 관계자는 “K팝은 ‘혈통’보다 ‘시스템’을 전파하며 전 세계 대중음악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다”며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을 배우듯 아이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서울로 와야 할 것이다. 서울이 아이돌 문화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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