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사진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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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본 시리즈는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 장소, 브랜드, 상표, 제품 및 서비스는 모두 상상에 기반해 극적으로 구성한 것이며,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가 시작하면서 공개되는 문구다. 적극적으로 현실과 거리가 멀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오히려 특정 사건을 모티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력하게 든다. 실제로 ‘레이디 두아’와 매우 닮은 사건이 있다. 해당 사건은 2006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빈센트 앤 코’ 사기 사건이다.
‘빈센트 앤 코’ 사기 사건은 경기도 시흥의 공장에서 중국산 재료를 토대로 만든 제품을 영국 왕실에서만 파는 스위스 산 명품이라고 속여 막대한 돈을 얻은 사건이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훗날 4년 징역형을 받았다.
드라마 속 ‘부두아’가 실체 없는 유럽 왕실 명품으로 포장됐듯, 빈센트 앤 코 역시 ‘100년간 유럽 왕실에만 한정 판매된 스위스 명품’이라는 가짜 족보를 내세웠다. 유통업자는 가짜 시계를 스위스로 가져가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수입신고필증’을 따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렇게 세탁된 시계는 청담동 쇼룸에서 최고 9,750만 원에 팔려나갔다.
청담동 매장은 사실 의구심투성이였다. 명품 거리의 화려한 요충지가 아닌 으슥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던 점이나 벽면에는 싸구려 시계 포스터 한 장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유럽 왕실이 선택한 명품이라기엔 초라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다.
매장 내부는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손님이 입장하면 문을 굳게 닫는 폐쇄적인 구조였다. 그러나 “당신 같은 VIP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라는 프라이빗한 마케팅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의심을 잠재웠다.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시계를 매장 직원들이 아무렇지 않게 차고 퇴근하는 모습에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앞은 연예인들의 밴과 최고급 외제차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누가 샀다더라”는 입소문은 강력한 신뢰의 보증수표가 됐다. 실제로 류승범, 최지우, 이정재, 유호정, 하유미, 이선호 등이 이 시계를 차고 매스컴에 나와 관심을 끌었다가, 이후 사기라는 걸 알게 됐다.
‘레이디 두아’에서 많은 사람이 텐트를 치고 오픈런을 기다렸던 것처럼, 당시 빈센트 앤 코 사건 역시 명품족들 사이의 ‘결이 다른 계층’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파고들었다. 드라마 속 상류층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부두아’에 열광하는 모습은 청담동에서 1억 원짜리 가짜 다이아몬드 시계를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섰던 자산가들의 뒤틀린 허영심과 깊은 궤를 같이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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