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상민 I 어썸이엔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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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민에게 KBS2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문상민’이라는 세 글자를 시청자에게 또렷이 각인시킨 분기점이었다. 낯설지만 궁금한 얼굴, 익숙하지 않아 더 눈길을 붙드는 배우. 이번 작품은 그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문상민은 설렘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여정을 회상했다. “사극 속 저의 모습을 사랑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지난 두 달간 정말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은도적’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서운한 마음도 크지만, 꼭 해보고 싶었던 로맨스 사극을 완주할 수 있어 기뻐요.”
22일 종영한 KBS2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신분을 숨긴 도적과 그 속에 휘말린 인물들의 운명적 서사를 그린 사극이다. 극 중 도월대군 ‘이열’로 분한 문상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능청스러운 로맨틱 코미디와 절절한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완급 조절의 정석을 보여줬다.
극중 홍은조 역을 맡은 파트너 남지현은 문상민에게 그 자체로 든든한 이정표였다. ‘남지현은 불패’라는 수식어에 깊이 공감하며 전적인 신뢰를 보낸 그는, 인터뷰 내내 파트너를 향한 존경 어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누나가 베테랑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작품 보는 눈이 좋기로 유명한데, 그 배에 함께 타는 것 같아 든든했죠. 제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찜찜해할 때면 누나가 먼저 물어봐 주고 디테일을 채워줬어요. 누나가 ‘너에게 의지 많이 했다’고 말해줬을 때는 정말 울컥할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도전은 남지현과 몸이 바뀌는 ‘성별 전환’ 연기였다. 문상민은 자칫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의식을 없애자’는 것이었어요. 제가 어색해하면 보는 분들도 무조건 오그라드니까요. 기술적으로는 누나의 말투와 몸짓을 집요하게 연구했고, 안 풀리는 대사는 누나에게 직접 녹음을 부탁할 정도로 매달렸죠.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기분으로 상황에 맞게 진중함과 코믹함을 오가려 노력했어요.”
현장에서 만난 동료들과의 호흡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무더위 속에서 액션 합을 맞춘 이승우와 매력적인 눈빛을 가진 홍민기를 보며 그는 동료이자 팬으로서 리스펙을 보냈다. 또한 ‘슈룹’에서 인연을 맺은 대선배 김혜수를 향한 각별한 존경심도 잊지 않았다.
“김혜수 선배가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으로 연기하지 못했을 거예요. 배우로서 사극의 기본을 알려주신 분이라 항상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제가 커피차를 보내드리면 선배님도 항상 보답해 주시며 유심히 지켜봐 주시는데, 그 존재만으로도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문상민에게 ‘은도적’은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한 작품이다. 그는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이열’이라는 인물에 깊이 몰입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또 격려해 왔다.
“이열은 결국 자기보다 타인이 우선인 사람이에요. 저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을 위한 헌신도 나온다고 믿거든요. 이번 작품은 무던했던 저의 일상에 왜 연기를 지속해야 하는지 그 생명력을 일깨워준 고마운 시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앞으로의 갈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간 선보인 매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탈피해, 차기작에서는 조금 더 거칠고 고독한 민낯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다.
“‘저 사람 누구야?’라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가장 기분 좋았어요.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지만 궁금증을 자아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게 아닐까요? 앞으로도 정답을 정해두기보다 제 마음을 움직이는 대본을 따라가며, 매번 다음 행보가 궁금한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이민주 기자 leem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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