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사진|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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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흥행에 실패하면 홍보가 부족해서일까. 그렇다면 성공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흥행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영화 산업의 오래된 공식을 깬다.
통상 영화의 성패는 개봉 첫날 오프닝 스코어와 첫 주말 성적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다. 이른바 ‘초반이 전부를 좌우한다’는 공식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개봉 첫 주말 성적만으로 손익분기점 달성 여부와 최종 스코어까지 가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왕사남’은 이 예측선을 가볍게 비껴갔다. 개봉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늘어나는, 이른바 ‘개싸라기 흥행’ 양상을 보이며 예상 밖의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 같은 흐름은 홍보 전략마저 흔들었다. 보통 배급사는 개봉 전후로 촘촘한 홍보 계획을 세우고 흥행 추이에 맞춰 보도자료와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배치한다. 관객 수가 일정 구간을 넘을 때마다 ‘N만 돌파’ 소식을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관객 유입을 유도한다.
‘왕과 사는 남자’ 1000만 포스터. 사진 |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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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사남’은 달랐다. 매일같이 기록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배급사인 쇼박스조차 빠르게 변하는 수치를 쫓아가기 벅찰 정도였다. 홍보가 흥행을 끌고 가기 전 이미 흥행이 홍보를 앞질러버린 셈이다.
그동안 업계에는 익숙한 공식이 있었다. 작품이 실패하면 ‘홍보가 부족했다’는 말이 따라붙고, 반대로 성공하면 공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돌아가는 식이다. 관객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도 그들에게 쏠렸다.
이 같은 시선의 바탕에는 흥행이 만들어지는 일정한 흐름이 전제돼 있다. 홍보가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 결과가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왕사남’의 흥행은 이 익숙한 흐름에서 비껴간다. 기존에는 ‘홍보→관객 유입→흥행 확산’이었다면, ‘왕사남’은 ‘관객→입소문→확산’이라는 전혀 다른 경로를 보여줬다. 홍보가 불씨를 지피기도 전에 관객이 먼저 불을 키운 셈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사진|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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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입소문’의 역할이 컸다. 극장가 대목인 설 연휴에 개봉했고, 사극 장르 특성상 대중성이 높아 가족 단위 관객들을 이끌었다. 여기에 관객들의 자발적인 후기와 추천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며 ‘N차 관람’까지 이끌었다.
결국 관객이 극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여운이다. ‘왕사남’은 이 기본적인 힘으로 관객을 설득했다. 아무리 정교한 홍보 전략이 있더라도 작품 자체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홍보가 ‘불씨’라면 이를 실제로 확산시키는 것은 결국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의 반응이다. 두 요소가 맞물릴 때 비로소 흥행은 힘을 얻는다.
그래서 ‘왕사남’의 흥행이 더 의미 있다. 수치로 예측되지 않고 계획으로 설명되지 않는 결과값이다. 이를 통해 흥행 실패의 책임을 홍보에만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답은 이미 극장가에서 나오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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