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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1896년 뉴욕, 범죄 심리 수사단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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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에일리어니스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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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뉴욕에서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 방식에서 공통점을 발견한 정신의학자 라슬로 크라이슬러(다니엘 브륄)는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조사팀을 결성한다. <뉴욕 타임스> 삽화가 존 무어(루크 에번스), 뉴욕 경찰국의 첫 여성 직원 세라 하워드(다코타 패닝), 뉴욕 경찰국의 형제 검시관 루셔스 아이작슨(매슈 시어)과 마커스 아이작슨(더글러스 스미스)이 크라이슬러와 뜻을 같이하고 한 팀이 된다. 그러나 뉴욕 경찰국의 숨은 실세들은 관련 증거를 은폐하며 수사를 방해하고, 크라이슬러 팀을 비밀리에 지원하는 개혁파 신임 국장 시어도어 루스벨트(브라이언 게러티)까지 위협한다. 그사이에 거리의 가난한 소년들은 자꾸만 죽어나간다.

미국 케이블채널 <티엔티>(TNT)의 신작 드라마 <에일리어니스트>(원제 ‘The Alienist’)는 180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연쇄살인 추적기를 그린다. 국내에도 <이스트사이드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칼렙 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세계적인 배우들이 포진한 캐스팅과 범죄스릴러의 걸작 <트루 디텍티브>를 연출한 케리 후쿠나가의 제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고, 방영이 시작되자 <티엔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올랐다.

드라마의 제목 ‘에일리어니스트’는 정신과 의사의 옛 명칭이다. ‘격리하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정신질환에 대한 시대적 편견이 반영돼 있다. “19세기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잃은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들을 연구하는 정신의학자를 에일리어니스트라 불렀다”라는 극 도입부 자막이 그 시대를 요약해준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적 실세”로 부상하고 있던 거대도시 뉴욕에서 ‘인간의 진정한 본성’의 기준이 되는 것은 부유한 상류층이었고, 그 정반대편에서 배제되어야 할 ‘불순한 존재’들은 가난한 노동자, 이민자,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여성들이었다.

눈여겨볼 것은 드라마의 출발점인 1896년이다. 그해, 프로이트가 자신의 과학적 심리학 이론을 ‘정신분석’이라 처음 명명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인간에 대한 관점을 확대시켰고, 드라마 속 정신의학자 크라이슬러는 그에 따라 범죄자들의 심리까지 이해하려 애쓴다. 제일 흥미로운 대목은 크라이슬러의 이러한 관점이 세라 하워드와의 논쟁을 통해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살인범 동기를 추론하는 과정에서 하워드가 모친의 학대 가능성을 말하자 크라이슬러는 ‘브로이어도, 프로이트도, 그 어떤 책에서도 여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녀의 말을 일축한다. 누구보다 인간을 보는 시야가 넓다고 자부하던 크라이슬러의 오만한 생각은 차츰 하워드를 비롯해 그가 고용한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깨지고 변화한다.

드라마는 그 외에도 다양한 얘깃거리를 담아두고 있다.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뉴욕 경찰국장 시절이나, 20세기를 앞두고 여성 참정권 운동, 노동자 집회 등 격동적인 사회변화 운동이 일어났던 시대 묘사도 흥미진진하다.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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