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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고 장자연 사건

[POP초점]"故 장자연 사건→미투 운동"…9년의 시간 동안 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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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캡처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는 없었다.

배우 故 장자연이 일명 ‘장자연 리스트’를 남기고 자택에서 세상을 등진지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 2009년 故 장자연은 연예기획사 관계자, 언론인, 기업인 등 31명의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접대를 폭로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회적인 큰 파장이 일었지만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시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의 인사들은 수사 후 기소되지 않았고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등 두 명만이 재판에 넘겨진 것. 의혹을 받은 유력인사 10여 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소속사 대표는 폭행 혐의만 인정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고인의 피해상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한 매니저는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론에서는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건은 유야무야 덮어졌다.

하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4일 검찰이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故 장자연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 사건이 일어난 지 9년 만의 일이었고, 8월 4일 만료되는 사건의 공소시효까지 2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게 재수사가 시작되고 사건은 다시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과거 2008년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가라오케에서 故 장자연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 조 모 씨를 불구속기소했고, 당시 함께 술자리에 있었던 故 장자연의 동료 윤 모 씨가 고인이 강제추행을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까지 등장했다.

9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윤 씨는 지난 28일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건 목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검찰 조사를 13차례나 받았으나 당시 증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해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어 윤 씨는 증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제가 느끼기에도 많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조사 후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분의 배우자가 검사 측이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토록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했었던 지와 의혹들이 그렇게 쉽게 묻혀 졌는지에 대한 퍼즐조각들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윤 씨는 술접대 강요를 나가게 된 이유에 대해 소속사 대표가 주위의 인물들과 소속 동료들에게 평소 폭력을 행사하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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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미투 지지 선언 /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김지우, 이규형, 신소율, 최희서 인스타그램


권력에 의해서 꿈 많은 청춘들이 스러져간 현실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2018년 상반기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연예계 미투 폭로와 닮아있다. 피해자들은 권력을 가진 인물들의 강압적인 행동 속에서 성희롱과 추행, 폭행을 당해야했다.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목소리를 내보기도 했지만 암묵적인 침묵이 또다시 강요됐다. 그렇게 그들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누군가의 용기로 침묵의 균열이 생기자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가해자들이 성추행,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고, 피해자들이 침묵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들도 차례차례 밝혀졌다. 하지만 정작 정식적인 수사로 이어진 사건은 폭로된 사건들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수치로 나타났다.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피해자 증언 이외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경우처럼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사건 자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며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도중에 허위 미투 폭로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이에 여론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거나 의심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졌다. 이러한 여론의 분열은 결국 사건 자체에 대한 공방보다 미투 운동 본연의 의도나 행태에 대한 비판, 지지 공방으로 프레임이 옮겨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투는 멈추지 않았다.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권력형 성범죄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기 때문이었다.

故 장자연 사건 이후 9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권력형 성범죄들이 변함없이 자행됐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꽤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더욱 더 확실하게 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재수사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건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대중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지 못하게 명명백백하게 진실로 밝혀지는 것. 그것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멈춰있거나 퇴행했던 사회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게 하는 최선의 길이다. 故 장자연 사건의 공소시효가 이제 단 한 달의 시간을 남겨둔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갈림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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