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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샌드라 오의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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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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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70회 에미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엔 국내에서도 시상식 결과에 유독 많은 관심을 쏟았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샌드라 오가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서다. 에미상 70년 역사에서, 아시아계 배우로 최초의 기록이다. 본행사에 앞서 치러진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샌드라 오의 모친 오영남씨가 한복을 입고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인종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샌드라 오는 이미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연속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도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결과는 6번째 후보 지명에 머물렀다.

그래서 더욱, 샌드라 오가 이어가고 있는 ‘최초의 기록’이 빛을 발한다. <그레이 아나토미>로 2005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이후 샌드라 오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인종의 벽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고, 올해 에미상은 그 말을 증명한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여기에 40대 후반의 ‘여배우’라는 이중의 약점을 딛고 이룬 성취이기에 한층 빛났다. 에미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작 <킬링 이브>(Killing Eve)는 샌드라 오의 이러한 자의식이 반영되어 더 매력적인 시리즈다. 올해 초 <비비시 아메리카>에서 방영되어 새로운 스타일의 첩보물로 호평받고 시즌2 제작도 확정됐다.

샌드라 오가 맡은 주인공 이브 폴러스트리는 영국 보안정보국(MI5) 직원이다. 스파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007’이 해외정보국(MI6) 소속으로 세계를 누비며 화려한 액션을 전시하는 것과 달리, 이브는 국내의 사무실에서 일반 사무직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팀 회식 다음날 주말 아침 출근에, 이브가 피곤한 얼굴로 회사에 들어서는 도입부부터 전형적인 첩보물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간다. 회의에서 기껏 내놓은 의견도 여성이라 무시당하기 일쑤다. 성취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직장에 지쳐가던 이브의 삶은 러시아 정치인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는다. 그녀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해외정보국 요원 캐럴린 마터슨(피오나 쇼)의 비밀 작전에 투입된 이브는 유럽 각국을 오가며 사이코패스 킬러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처음 제안을 받을 당시 이브가 자신의 역할일 줄은 상상 못했다는 샌드라 오는 이 드라마에서 이브의 섬세하고 예민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에 부딪혀 생기를 잃어가던 중년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데 그녀만큼 최적의 배우가 또 있을까. 다른 여성 동료들과의 호흡도 환상적이다. 여성 드라마 <플리백>을 선보인 바 있는 제작자 피비 월러브리지는 특유의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샌드라 오가 그녀의 자의식을 반영해 더욱 독창적인 캐릭터를 빚어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 강렬한 킬러 빌러넬 역의 조디 코머, 냉철한 카리스마의 피오나 쇼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2에서는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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